尹 경선 개입하면 당 또 분열
내부서도 "솔직히 침묵했으면"
'편 가르기' 그만…통합 우선
![[기자수첩]윤석열 전 대통령의 침묵은 금이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41110320616203_1744335126.jpg)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른바 '윤심(尹心)' 마케팅이 재유행하고 있다.
최근 출마 의사를 밝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잘해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서울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당선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11일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나경원 의원은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석방 이후 침묵하던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전후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을 잇달아 만나 '메시지 정치'에 나서고 있다. 만남의 대상은 주로 탄핵 반대파다. 나오는 메시지도 심상치 않다. 이 지사에게 전했다는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말은 누구를 겨냥한 것일까.
검찰 생활은 물론 대선 당선에 이르기까지 가장 가까웠지만, 지금은 멀어진 대상,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다. 진실이 무엇이건 그런 말이 나오게 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영향을 주는 행위다. 대선주자를 선별적으로 만나거나, 우회적으로 윤심을 발산하면 당은 또 갈라진다.
"윤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은 결국 분열의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윤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당내 경선과 관련한 견해를 묻자,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라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는 어렵지만 당에 미치고 있는 부담을 알기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선거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 집권 시기 치렀던 선거는 대부분 윤심이 변수로 작용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와 제22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결과는 어땠나.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국민의힘이 윤심을 앞세워 대선을 치른다면 또다시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표정 관리 중이다. 열세인 여론조사 지지율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 경선이 역대급 흥행에 성공해도 대선 승리가 쉽지 않은데 윤 전 대통령의 개입은 혼란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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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비생산적인 '편 가르기'에 지쳤다. '내 삶'을 개선하는 대선을 희망한다. 혐오와 분열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치유를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은 사회 통합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 정치인은 말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침묵이 필요한 때도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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