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를 우크라이나처럼 인식
美의 아메리카 대륙內 개입 사례 많아
"무력 점령 아니면 加 합병 가능성 '제로'"
오랜 기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미국과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및 영토 주권 위협에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여러 차례 발언하면서 캐나다 국민들의 반미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대하는 방식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과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우크라 상대 "당신은 카드 없다" 加에도 반복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내각 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깊은 경제 통합과 긴밀한 안보·군사 협력을 바탕으로 했던 미국과의 오래된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 우리는 최소한의 피해로 그치는 보복 조치로 미국의 관세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후 JD 밴스 미 부통령은 그린란드 방문 중 언론과의 문답에서 "캐나다 지도부가 보복 관세로 위협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캐나다는 (협상) '카드'가 없다. 캐나다가 미국과의 통상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밴스 부통령의 언급처럼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협상 카드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하는 캐나다의 위치를 우크라이나에 비유한 것이 주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자신의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캐나다를 언급하던 중 "어떤 사람들은 '카드'가 없다"며 "나는 이 표현을 몇 주 전에 사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신에게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고 발언한 것을 캐나다에도 똑같이 적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캐나다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존재"라며 "그는 분명히 캐나다를 지배하려고 한다. 명목상으로만 독립적인 상태로 만들어 미국의 속국처럼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신이 미국에 북미 대륙 전체로 팽창할 운명을 부여했다고 믿는 사상"이라며 "이런 사고방식으로 보면 우크라이나와 캐나다는 같은 죄를 저질렀다. 그것은 '봉건 영주'가 복종을 요구했으나 그 요구를 거부한 죄"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대하는 방식을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데이비드 프렌치는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세력권을 형성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 아래 두려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아메리카 대륙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강대국은 자신만의 지배 영역을 가진다. 미국은 캐나다와 과거에 충돌했던 적이 있었고, 라틴 아메리카에도 무력 개입을 시도했던 사례가 많다"며 "문제는 세력권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강대국이 어디까지 자신들의 영향이 미치는지 폭력을 통해 결정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려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푸틴 행동과 구조적으로 유사…"포식자의 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외교 정책을 러시아와 일치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보수 성향 매체 더 불워크의 윌리엄 살레탄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같은 제국주의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합병하겠다고 말하는 방식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합병하겠다는 논리와 불안할 정도로 닮았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캐나다와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에게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 동료들은 (러시아에) 여러 차례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보조금 형태의 대출과 경제·무역적 특혜는 1991년부터 2013년까지 총 250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권리와 특권은 다 누리면서 어떤 의무도 지지 않으려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맺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캐나다는 수년간 미국을 이용해왔다"며 "미국의 보조금 없이 캐나다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완전히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한 주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캐나다는 수년에 걸쳐 (미국에) 매우 힘든 상대였다. 캐나다를 상대로 미국이 20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 정도의 적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윌리엄 살레탄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화 근거로 제시했던 것과 똑같은 수치를 언급했다"며 "물론 캐나다를 침공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캐나다를 경제적으로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국경선을 없애고 싶다는 환상을 드러낼 때는 마치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대해 말할 때처럼 소름 끼치게 비슷한 어조였다"며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것과 같은 시선으로 캐나다, 그린란드, 가자지구, 파나마 운하를 탐욕스럽게 바라본다. 그것은 포식자의 눈"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우크라이나와 동일시한다고 해도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맥스 부트 선임연구원은 "캐나다 법에 따르면 국가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캐나다 상원, 하원, 그리고 모든 주의 입법부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캐나다인의 약 90%가 미국의 주로 편입되는 것에 반대하는 상황이라 시작조차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미국이 캐나다 오타와를 군사적으로 기습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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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자극한 것만큼 무의미하고 자멸적인 외교 정책을 떠올리기가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행사한 전략의 약점을 이제는 깨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캐나다가 오는 28일 총선을 앞둔 가운데, 그의 위협에 움츠러들기보다 오히려 민족주의적 반발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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