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맞서 프랑스 기업에 대미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엘리제궁에서 대미 수출 업계 대표자들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부과를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향후 투자 또는 최근 몇 주 동안 발표된 투자는 미국과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을 때 유럽의 주요 기업이 미국 경제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한다면 그게 무슨 메시지가 되겠느냐"며 "집단적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대미 투자를 발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지난달 미국에 200억달러(약 29조원)를 투자해 해양 인프라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2023년 프랑스의 대미 직접투자는 3700억달러에 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4억5000만명의 인구가 있는 시장"이라며 "유럽인이 하나 돼 통일되고 균형 잡힌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보복 관세나 강제 조치, 디지털세 부과, 금융 조치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긴급회의에는 항공우주·화학·와인·자동차·제약·패션 등 프랑스의 주력 산업 분야 대표가 모두 참여했다. 고용주 단체들과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도 머리를 맞댔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약 470억유로(약 75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수출 분야는 항공과 명품, 와인과 코냑, 제약·바이오 산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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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을 최대 시장으로 둔 주류업계가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와인·증류주 수출업체 연합(FEVS)은 전날 밤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20% 관세 부과 결정으로 프랑스의 수출액이 약 8억유로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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