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공급망 등 영향에 아라비카 가격 2배↑
글로벌 커피 기업들, 가격 인상 논의
기후 변화와 관세, 공급망 혼란 등으로 원두 가격이 치솟으면서 커피값이 조만간 최대 25%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뉴욕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커피 원두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378.8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3월29일 기록한 188.85센트 대비 약 100.6% 상승한 가격이다. 2월 정점을 찍은 뒤 오름세가 다소 꺾였지만 로스터들이 소매 업체들과 계약을 속속 체결하며 소비자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8명의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라바짜, 일리, 네슬레, JDE 피츠 등 커피 로스터들이 지난 1년간 아라비카 커피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 소매 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기후 변화로 커피 재배가 어려워지며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커피 로스터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자 식료품점과 슈퍼마켓은 새로운 공급 계약 체결을 연기했다. 이에 네덜란드 최대 슈퍼마켓 체인 알버트 하인에서는 다우에 에그버트, 센세오 등 인기 커피가 품절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알버트 하인은 JDE 피츠와 협상 후 지난 20일부터 인상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알버트 하인 대변인은 "JDE 구매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며 "우리는 이 가격 인상의 일부를 흡수해 제품을 저렴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JDE 피츠는 지난달 비정상적인 기후 패턴, 공급망 혼란, 거시경제적 요인,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지난해에 생두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며 커피 가격 상승을 예고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격 협상의 약 90%를 끝낸 상태라고 밝혔다.
아라비카 원두의 글로벌 가격은 작년에 70%나 급등한 데 이어 올해는 20% 이상 상승했다.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의 절반을 생산하는 브라질이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생두 가격은 커피 한 봉지 도매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레그 왓슨 더치 뱅크 ING 주식 리서치 디렉터는 작년 원두 가격 상승이 올해 전액 반영된다면 커피 소비자 가격이 약 28%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커피값이 약 15~2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한 번에 가격 인상을 체감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주요 커피 소비 지역인 북미와 유럽에서 판매된 커피양은 작년에 3.8% 감소했지만 가격은 4.6% 상승했다. 아라비카 원두 최대 재배국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인 브라질은 달러 대비 화폐 가치가 하락하며 커피값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브라질의 대형 로스팅 업체인 3코라코스는 볶은 커피와 분쇄 커피의 가격을 작년 12월 10%, 올해 1월 11% 인상한 데 이어 3월1일부터 14.3% 인상했다. 브라질 커피생산자협회(ABIC)는 작년에 브라질에서 원두 가격이 170% 올랐기 때문에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상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가격은 40% 급등했다.
로이터는 올해는 가격 인상이 훨씬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판매량 감소 폭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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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이 오르며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이나 슈퍼마켓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갈아타면서 로스터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두값 상승분을 흡수해 계속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을 유지하도록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다. 시장조사회사 서카나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으로 미국에서 PB 커피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20.51%에서 2024년 23.12%로 증가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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