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슈퍼카 페라리가 미국의 25% 관세 결정에 대응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페라리가 판매가격 상승의 첫 신호탄을 쏜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페라리는 이날 성명에서 "4월2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모델의 가격을 최대 10%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4월2일 이전에 체결된 주문과 296, SF90, 로마 모델은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페라리는 올해 실적 목표를 유지할 방침이지만 자동차 관세 조치로 인해 수익성이 일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페라리는 "이자·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과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0.5%포인트 감소의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3일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글로벌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리는 이탈리아 북부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모든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일부 둔 다른 자동차 기업들과 달리 관세 후폭풍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일각의 우려와 달리 페라리는 트럼프발(發) 관세 여파에 비교적 타격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페라리의 가격 인상 소식을 전하며 "소비자들 가운데 자동차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있는 고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페라리 구매자들"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 등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다만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분명히 말하면 이 조치(관세 부과)는 해외에서 조달하는 테슬라 차량 부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비용 영향이 적은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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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는 경쟁 업체보다 외부 부품 공급 업체에 덜 의존하기 때문에 비교적 무사한 자동차 제조 업체"라고 분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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