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처장 관련 발언 '주관적 인식' 표현"
"허위사실 공표 해당 안 돼"
용도지역 변경 발언 "의견 표명" 해당
'협박' 발언도 "과장일 수 있으나 허위사실 아냐"
1심 징역형 집행유예에서 131일 만에 2심 무죄로 바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인 '행위'의 범위를 엄격하게 적용해 이 대표의 발언을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으로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허위사실 공표죄가 성립하려면 어떤 구체적 행위에 대한 객관적 허위사실의 적시가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의 생각, 즉 '인식'이 담긴 언급이거나 의견을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이를 곧바로 '의도적 거짓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허위사실 공표(선거법 위반)'로 본 '김문기와 골프'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재판에 검찰이 제출한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확대해석된 것이라고 했다. 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랜 법률 격언까지 동원하며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문기 몰랐다'라는 행위 아닌 인식 문제"
재판부는 이 대표의 김문기 전 처장 관련 발언을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①"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문기를 하위 직원이라 몰랐다" ②"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기소 이후 김문기를 알았다" ③"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로 구분한 것이다. 검찰은 이 발언들이 김 전 처장과의 '교유(交遊) 행위의 부인'이라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①과 ②발언에서 누군가를 '몰랐다'라거나 '알았다'는 표현은 '인식'에 관한 것이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대상인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교유 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특히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③발언을 무죄로 뒤집었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대장동 비리 의혹과의 연관성을 끊어내기 위해 이같이 발언해 거짓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③발언이 ①발언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일 뿐 독자적 의미를 갖는 발언이 아니라고 했다. 2심은 또 "사진은 해외 출장 간 10명이 찍은 단체 사진으로 원본이 아니다"며 "원본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가 되지 못하고 원본 중 일부를 떼 내어 보여준 것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면 공소사실에 부합하게만 해석하는 건 '의심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백현동 발언도 의견 표명"
2심은 이재명 대표의 '용도를 바꿔준 것은 국토교통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란 발언과 '성남시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으로부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받았다'는 발언도 '의견 표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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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 판단이고, 국토부 공무원이 성남시를 협박한 적도 없다"며 허위사실 공표라고 했지만 뒤집은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의견표명과 허위사실 공표 어느 한쪽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시 내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2심은 '협박'에 대해서도 "공공기관 용도 변경과 관련해 다각도로 압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과장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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