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떠오른 '강남 8학군' 대치동
"제이미, 문 발로 차지 않아요."
대치동 엄마 '제이미맘'은 차에서 4세 아이가 학원 끝나고 나오길 기다린다. 아이를 또 다른 학원으로, 과외로 실어 나르기 바쁘다. 끼니는 차 안에서 김밥으로 때운다. 배변 훈련, 제기차기, 연날리기까지 사교육으로 가르친다. 코미디언 이수지가 유튜브 콘텐츠 '휴먼 페이크 다큐 자식이 좋다'에서 연기한 이 인물은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됐다. 10분 분량의 영상 2편은 한 달 만에 조회수 1270만회를 기록했다.
'대치동 아빠'를 패러디한 영상도 등장했다. 대기업 직장인을 떠올리게 하는 제이미 아빠는 미국 유학을 한 인물로,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공원에서, 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일 처리를 하느라 바쁘다. 이는 상류층 직장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은마상가 칼국숫집에서 식사하고, 아내와 대화하다 감정이 격해질 땐 의식적으로 존댓말을 쓴다.
콘텐츠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콘텐츠에서 이수지가 입은 패딩, 착용한 가방, 심지어 몰고 나온 차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관심을 끌었다. 실제 대치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 공감을 얻었지만, "대치동 엄마들이 특정 브랜드 패딩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대치동 학부모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치동 풍자는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은 '7세 고시' 편을 방송했다. 대치동 유명 영어, 수학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는 레벨 테스트를 일컫는 7세 고시 현상을 조명했다.
ENA 드라마 '라이딩 인생'은 워킹맘이 7세 아이를 유치원에서 픽업해 학원에 데려다주는 일을 하는 모습을 그린다. 아이를 명문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분투하고, 억지로 학원에 끌고 간다.
강남 8학군,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은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가 둘러싸고, 고급차량이 학원 앞에 늘어서 있는 곳.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란 인식이 더해지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일부 대중문화 콘텐츠는 풍자를 넘어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콘텐츠 속 인물의 모습이 특정 배우가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일상과 겹쳐진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배우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등 애꿎은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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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반응이 이어지자 코미디언 이수지는 지난 6일 KBS 라디오 '오마이걸 효정의 볼륨을 높여요'에 출연해 "추억으로 남기자는 마음으로 올렸다"며 "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해도 있고, 부담감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평소 취미는 관찰이다. 모든 인물은 내 주변 인물이나 경험을 토대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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