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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나는 '대한독립 위해 싸웠지만 잊힌' 외국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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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
인류애·정의 위해 헌신했지만
무관심에 잊히는 것이 현실
조선인들과 연대한 일본인
日 '반역자'…韓선 조명 안 돼
김구 피신 도왔던 목사 부부
훈장은 '남성'인 남편에게만
광복 80년…공로 재평가해야

2024년11월 기준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총 1만8162명이다. 이 가운데 재외동포를 제외한 외국인은 단 76명에 불과하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 34명, 미국 21명, 영국 6명, 캐나다 6명, 호주 3명, 아일랜드 2명, 프랑스 1명, 러시아 1명, 일본 2명이다.


이들은 인류애와 자유, 정의를 위해 타국의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대다수는 무관심 속에 잊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1904년 창간 이래 한일 여론 형성을 주도했던 대한매일신보의 후신인 서울신문의 전·현직 기자 2인과 역사학자가 힘을 모아 이들의 가치를 다시 조명했다. 이미 서훈을 받았으나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 그리고 대한독립에 크게 기여했지만 아직까지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 어때]나는 '대한독립 위해 싸웠지만 잊힌' 외국인입니다 이소가야 스에지. 부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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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가야 스에지는 일제강점기 체포된 일본인 사상범 중 유일하게 전향을 거부한 인물이다. 그는 조선인에 대한 차별의식과 선입견 없이 함께 어울리며 연대했다. 1928년 일본군 신분으로 조선과 인연을 맺은 그는 제대 후에도 함흥(현 함흥시 흥남구역)에 남아 조선인들과 허물없이 지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조선인 집에서 하숙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그는 1934년 10월2일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향을 거부한 탓에 결국 총 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일제의 지속적인 회유와 고문에도 끝까지 신념을 지킨 그는 '유일한 일본인 비전향 장기수'로 남았다.


1946년 12월 해방된 조선을 떠나 일본으로 귀국할 때, 그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조선인 지인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냈다. 이후 일본에서 건설노동자, 학교 경비원 등으로 어렵게 생활하다 1998년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귀국 후 단 한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1991년 4월 자신이 수감됐던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이런 글을 남겼다. "신임 총리대신과 외무대신들이 일본이 한국 국민에게 행한 죄를 속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죽은 자에 대한 사과의 말과 위령도, 또한 작년에 크게 문제가 된 위안부에 대한 보상 문제도 '모두 이미 해결이 끝난 문제'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조선을 위해 희생했지만 일본에서는 '반역자'로 취급받았고, 한국에서도 크게 조명받지 못한 그는 결국 한반도에서 잊힌 인물이 됐다. 양지혜 대구교대 교수는 "이소가야는 주요 활동 무대가 함경도 지역이었던 데다, 함께 활동했던 많은 동지들이 김일성 체제에서 숙청되면서 북한에서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 자연스레 한반도에서 잊힌 사람이 됐다"고 설명했다.


죠코 요네타로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조선 독립을 염원했던 기독 청년이었다. 1922년 경상남도 함안군의 함안공립보통학교에 부임한 그는 여느 일본인 교사와 달랐다. 조선인 집에서 하숙하며 조선어와 문화를 배우려 노력했고, 학생들과 조선어로 대화했다. 그를 따르던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조선인이다. 조선인이 아니면 이렇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


죠코는 조선의 행복을 위해서는 조선이 독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본 노동자와 농민이 연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교원노동조합 조선지부 결성을 추진하다가 발각돼 1932년 징역 2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태평양 탄광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을 담당하며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일본 귀국 후에도 재일조선인을 돕는 활동에 헌신했다. 그는 1968년 차별을 견디다 못해 야쿠자 2명을 살해한 재일조선인 2세 김희로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일제의 침략과 조선인 차별의 현실을 증언했다.


일제강점기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죠코는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을 만한 외국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인물이다. 일본인 학자 오타 치에미는 "죠코는 운동가 이전에 조선을 사랑하고 조선인과 함께하려 했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청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책 어때]나는 '대한독립 위해 싸웠지만 잊힌' 외국인입니다 한국 방문 중 경교장에 찾아간 조지 피치 목사 부부. 앞줄 오른쪽부터 피치 부부, 백범 김구 선생, 프란체스카 여사(이승만 전 대통령 배우자)가 앉아 있다. 부키 제공

외국인 독립운동가 가운데 여성들의 업적은 더욱 쉽게 잊히곤 한다. 1932년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 의거가 발생하자 일본군은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 나섰다. 당시 김구 선생은 일본 경찰을 피해 프랑스 조계지로 숨어들었다. 이때 김구의 피신을 도운 인물이 조지 피치 목사 부부였으며, 특히 그의 아내 제럴딘 피치의 역할이 컸다.


김구의 '백범일지'에 따르면 제럴딘 피치는 김구가 20여 일간 자신의 집에 은신하도록 도왔고, 정탐꾼이 발각됐다는 소식을 듣자 "어서 떠나시라"며 남편을 운전사로 위장시키고 자신은 김구의 아내인 척 연기했다. 덕분에 김구는 무사히 상하이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후 제럴딘 피치는 미국으로 돌아가 한미협회의 후견인을 맡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미국 정부 승인을 지원했다. 1942년에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하지만 1968년 남편 조지 피치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지만, 제럴딘 피치는 아직까지 아무런 서훈도 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부부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남편에게만 서훈을 준 것은 (…) 시대에 뒤떨어진 가부장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책 어때]나는 '대한독립 위해 싸웠지만 잊힌' 외국인입니다

이 책은 이외에도 3·1 독립선언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미국으로 전달한 언론인 밸런타인 매클래치, 제암리 학살에 대한 일본 총독의 유감 표명을 받아낸 엘버트 테일러 등의 숨겨진 공로를 소개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희생한 외국인 영웅들을 기억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 그리고 아직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도 마땅한 평가가 내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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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 | 강국진·김승훈·한종수 지음 | 부키 | 376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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