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서 제외
내부 통제 미비…신뢰 상실
국회 논의·외부 감시 필요성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가 낱낱이 드러났다. 선관위의 잘못된 채용 관행 등을 어떻게 바로 잡을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직후 감사원 관계자는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자정 기능을 상실한 선관위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미 선관위의 채용 비리는 수사 결과를 통해 일부 공개됐고, 이번 감사 결과가 추가되면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이를 계기로 향후 어떻게 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인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선관위는 감사 결과가 발표된 닷새 만인 4일 사과문을 내놨다. 하지만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감사 결과 공개 후에도 ‘특혜 채용’ 혜택을 받은 당사자 10명이 여전히 정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취업 문이 좁아진 현실에 고통받고 있는 2030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고위직 자녀라는 이유로 각종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가며 특혜 채용된 사례를 접한 2030세대는 선관위 행태에 깊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공정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선관위가 감사 사각지대 놓인 성역 같은 곳이었다는 점이 알려진 탓이다. 특히 선관위는 일반직 공무원보다 승진이 빠르고, 재직 기간이 길어 알려지지 않은 ‘신의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선관위는 뒤늦게 국회에서 통제 방안 마련 논의가 진행되면 참여하고, 한시적 특별위원회 구성 등 자체 개혁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미덥지 않다. 한시적 특별위원회는 말 그대로 선관위 내부에 있는 임시 기구일 뿐이고, 외부 인사가 부분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이미 신뢰를 상실한 선관위가 제대로 된 내부 감사를 수행할 수 있을지 물음표다.
감사원 관계자는 "외부 감시가 없으면 느슨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치부가 밝혀져도 치유가 안 되고 ‘제 식구 감싸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관위가 자체 감사를 했지만 각종 비리를 은폐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감사원이 더 찾아낸 상황"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감사를 하게 되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감사원 통해 선관위에 미치게 되는데 이는 설립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헌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에서 독립헌법기구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선관위의 내부 통제 미비는 비단 채용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선관위에서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바쁜 업무를 피하고자 대거 휴직이 발생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선거 직전 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선관위는 경력 채용에 나서고 있으며 결국 이 경력 채용에서 특혜 채용이 대거 이뤄졌다. ‘선거철 휴직’이 여러 번 문제가 됐지만 선관위는 "사정이 있는 직원 휴직을 막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뒷짐 지고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5월 대선이 열릴 수도 있다. 채용 비리로 국민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가 된 선관위가 본연의 업무인 선거를 앞두고 올해는 제대로 된 개선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두 눈 뜨고 지켜볼 일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