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열 없고 혈압 안정 유지 중"
폐렴으로 일주일째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례를 따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다균성 호흡기 감염'으로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양쪽 폐에 폐렴 발생이 추가 확인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한 이탈리아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사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그는 이점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상당히 결단력 있는 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바시 추기경은 이번 주 교황이 병원에서 업무를 봤고, 무릎 통증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면서 "일은 무릎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교황이 특유의 유머를 섞어 '건재함'을 강조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이어 "교황이 선호하는 방식인 직접 대화를 통한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이라고 전제한 후 "나는 그가 사임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황의 전기 작가인 오스틴 아이버리는 이번 주 교황은 일단 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와 결의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교황직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사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출간된 회고록 '인생 : 역사 속 나의 이야기'(Life: My Story Through History)에서 "나는 교황직을 평생 수행한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사임의 조건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심각한 신체적 장애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썼다.
교황은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사임 서한을 작성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을 둘러싼 우려는 최근 낙상사고로 계속됐다. 지난 12월 그는 21명의 새 추기경들을 임명하는 행사에 턱에 멍이 든 채로 참석했고 지난달에는 오른쪽 팔을 다쳤다. 다만 앞서 교황청은 20일(현지 시각) "오늘 아침 교황은 영성체를 한 뒤 업무에 전념했다"고 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공보실장은 "교황은 자율적으로 호흡하고 심장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여든여덟살인 교황이 제멜리 병원에 입원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21년 대장 수술을 받았고, 2년 뒤엔 호흡기 감염으로 입원했으나 사흘 만에 퇴원했다. 같은 해 6월에는 탈장으로 인한 복부 수술을 받고, 지난해 2월 독감 증세를 보인 교황은 검사를 위해 이 병원을 찾았다. 젊은 시절 폐 감염으로 오른쪽 폐의 일부를 절제한 교황은 추운 겨울철마다 기관지염 등에 자주 걸리는 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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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성 베드로 광장 삼종기도를 주례하지 못한 교황은 19일 예정된 일반 알현도 취소했다. 교황은 22일 가톨릭 희년을 기념해 마련된 22일 행사와 23일 일요 미사도 의료진 권고에 따라 참석하지 않는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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