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기업 연이어 성과 과시
정부 탓만 하기에 우리 기업 역할 부진 두드러져
인터넷·스마트폰 파고 넘어선 선대 경영진 혜안 기억해야
![[백종민의 딥테크]AI·양자 경쟁, 뒤처지는 韓 어디에 있나](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31613470356377_1678942023.png)
025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시작과 함께 시작된 충격의 여파가 조기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어 쏟아내고 있는 관세 발언으로 한국의 수출에 근본적인 위기가 불거지고 있다. 비상계엄 여파로 한국의 국정이 혼란에 빠지며 다급한 민간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중심으로 긴급 미국 방문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다.
트럼프 2기의 주된 흐름은 기술 패권 경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인공지능(AI)과 양자(Quantum), 반도체가 핵심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살리겠다고 압박하자 대만 TSMC와 브로드컴은 인텔을 쪼개 인수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충격적이다. TSMC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고 저격하던 대상이고, 브로드컴은 트럼프 1기 당시 스마트폰 모뎀칩 업체인 퀄컴 인수를 시도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차단됐던 기억이 있다. 두 기업 모두 아킬레스건이 있음에도 트럼프 정부의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판을 키울 기회를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실리콘밸리 기업인,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 연계해 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JD 밴스 부통령을 측근에 세우며 AI 규제 완화를 공언했고 즉각 실천에 옮겼다. 동맹부터 때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종적인 대결 대상은 중국이다.
트럼프 1기 초기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았다. 당시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관계가 좋았다. 비록 집권 후반기에 들며 갈등이 커졌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시 성대한 환영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 했던 모습이 역력했다. 트럼프의 손녀가 시진핑 중국 주석 중국 민요까지 부른 것은 이유가 있어서였을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중국은 딥시크라는 초정밀 핵폭탄급 AI를 미국 진영에 투하했다. 중국산 영상공유 플랫폼 틱톡이 미국의 규제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사라진 다음 날이다. 틱톡이 차지했던 다운로드 1등 자리는 즉시 딥시크의 차지가 됐다. 앓던 이를 뽑아냈더니 더 큰 충치가 하루 만에 생겨난 셈이다.
미국이 공들여 키워오던 AI 최강대국이라는 자존심은 여지없이 상처 났다. 챗GPT,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코파일럿 등 미국기업끼리의 경쟁으로 귀결되던 AI 분야는 이제 치열한 경쟁 속에 중국 정부의 간택을 받아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딥시크와 경쟁해야 한다.
미국은 자만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만 차단하면 중국 AI의 부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이 일을 그르쳤다. 미국의 성과는 분명 독보적이었지만 중국에 대한 압박은 거인을 깨운 계기가 됐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AI에 이어 양자까지 불과 얼마 전까지도 ‘미래의 꿈’으로 여겨지던 기술이 속속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예산 탓,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가 뒤처졌다. 정부 예산, 민간 대기업 유보금, 금융 등의 운용에서 혁신과 앞서나간다는 의지를 찾기 어렵다. AI는 딥시크 충격으로 재정 당국이 GPU 확보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돌아섰다지만 양자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깡으로 버텼다"는 한 대기업 양자 담당자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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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년 간격으로 찾아온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에 슬기롭게 적응했다.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기업 경영자들이 귀를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대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을 복기해 볼 때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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