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예금 타낼 권한 없어" 은행 상대 사기죄 인정…징역 2년
친형이 숨진 사실을 숨기고 망인 명의로 예금청구서를 작성해 9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가로챈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연합뉴스는 16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62)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4월 13일 숨진 B씨의 동생인 A씨는 형의 사망 이틀 뒤 금융기관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B씨의 도장을 이용해 B씨 명의로 된 예금청구서 4매를 각각 위조해 행사하는 수법으로 9000만원을 가로챘다. 이때부터 사흘간 A씨는 4회에 걸쳐 총 8억9900여만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아 챙겼다.
A씨는 법정에서 “형 B씨가 생전에 예금을 증여하며 이를 인출해 사용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설령 B씨가 생전에 예금을 증여하기로 약정하거나 A씨가 인출에 동의받았다 하더라도, B씨가 사망하면서 이러한 계약은 효력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가 고인의 예금채권을 법적으로 행사할 권리가 없었음에도, 마치 고인이 직접 예금을 청구한 것처럼 속여 돈을 챙긴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역시 고인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면 A씨에게 예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며, A씨는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민법상으로도 망인의 사망으로 위임관계는 종료되고, 대리권은 소멸하므로 사망 이후 피고인이 망인 명의의 예금청구서를 작성·행사할 권한이 있지도 않은 점을 토대로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유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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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도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사기죄가 명백히 성립한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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