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림 퍼터 교체 파운더스컵 생애 첫 우승
고진영 최근 롱 퍼터 주문 "기회 되면 사용"
글로버, 클라크, 파울러, 안병훈 부활 도우미
손목 사용 최소화, 직진성 탁월, 연습량 필요
올해도 ‘마법의 빗자루’가 골프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로 브룸스틱 퍼터다. 마당을 쓰는 빗자루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빗자루 퍼터’라고도 불린다.
대방건설의 후원을 받는 교포 선수 노예림(미국)이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파운더스컵에서 클러치 퍼팅 능력을 뽐내며 정상에 올랐다. 2020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첫 우승이다.
노예림은 퍼팅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브룸스틱 퍼터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번 대회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는 "퍼터를 바꾼 뒤 퍼팅이 좋아졌고, 덩달아 샷 감각도 향상됐다"며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고,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운더스컵에서 노예림과 챔피언조에서 맞붙은 준우승자 고진영 역시 빗자루 퍼터를 테스트할 계획이다. 연습 라운드에서 롱 퍼터를 사용해본 뒤 직접 주문까지 해뒀다. 그는 "아버지가 롱 퍼터가 잘 어울린다고 추천해 시도해 봤다"며 "실전에 쓰려면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브룸스틱 퍼터는 2023년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윈덤 클라크(미국)는 이 퍼터를 사용해 우승을 추가했다. 그는 빗자루 퍼터를 들고 2013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애덤 스콧이 사용하는 랩 골프 메즈.1 맥스 퍼터를 주문했다. 신체 조건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후 2023년 웰스 파고 챔피언십과 메이저 대회 US 오픈에서 2승을 거두며 퍼터 교체의 효과를 입증했다.
슬럼프에 빠졌던 리키 파울러는 2023년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키건 브래들리는 2023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과 지난해 BMW 챔피언십에서 브룸스틱 퍼터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시우와 안병훈이 이 퍼터를 사용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이 퍼터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선수는 루카스 글로버(미국)다. 2009년 US 오픈을 포함해 통산 6승을 거둔 베테랑인 그는, 2021년 존 디어 클래식에서 4승째를 거둔 뒤 퍼팅 입스로 고전했다. 심지어 왼손 퍼팅까지 고려할 정도였다. 그러나 2023년 브룸스틱 퍼터로 바꾼 후 윈덤 챔피언십과 페덱스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브룸스틱 퍼터는 과거 유행했던 벨리 퍼터(46∼49인치)와 닮았다. 일반적인 퍼터의 길이는 33∼35인치지만, 브룸스틱 퍼터는 40~45인치로 더 길다. 손잡이 끝(버트)이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벨리 퍼터는 약 10년 전 사라졌다. 2012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퍼팅은 상체와 클럽을 조화롭게 컨트롤해야 하는데, 퍼터를 몸에 고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2016년 골프 규칙을 개정해 ‘앵커드 퍼팅(퍼터를 몸에 고정한 채 스트로크하는 방식)’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2013년 5월 사전 공지를 거쳐, 2016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규정이 적용됐다.
그러나 브룸스틱 퍼터는 몸에 고정만 하지 않으면 사용이 가능하다. 가슴에 대지 않고 스트로크하면 규칙 위반이 아니다. 이 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시계추(진자) 동작을 유도해 퍼팅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상체를 활용해 스트로크할 수 있어 손목 사용을 최소화하며, 일정한 퍼팅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가는 골퍼들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우선 많은 연습이 필요하며, 짧은 거리에서는 효과적이지만 긴 거리 퍼팅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또한 직진성이 뛰어난 만큼 거리 조절이 쉽지 않으며, 느린 그린에서는 적응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골퍼들은 퍼터 교체를 망설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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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룸스틱 퍼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 벨리 퍼터가 금지되면서 사라졌던 롱 퍼터의 장점이 재조명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선수들이 우승을 거두며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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