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버지의 선한 영향력으로 기증 문화 확산하길"
30년간 교직 생활을 마친 70대 퇴직 교사가 사망 후 인체 조직을 100명에게 기증하고 하늘로 떠났다.
연합뉴스는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인용해 지난 7일 서공덕(79)씨가 숨진 뒤 100여명에게 각막 등 자신의 인체조직을 기증했다고 보도했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인대 및 건, 혈관, 연골, 심장판막, 근막, 신경, 심낭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자 한 명이 많게는 8명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기증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기증할 수 있다.
전주시 완산구에 살았던 서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항상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이었고 전주 농업고등학교 교사를 끝으로 30년의 공직에서 정년 퇴임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20년 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고 평소에도 세상을 떠날 때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자주 밝혔다고 한다.
서씨의 부인 최정희(75)씨는 “천성이 착하고 남을 도와주기를 좋아했던 고인이었지만, 막상 기증을 결심해야 하는 시간이 되자 망설여졌다”며 “하지만 의사인 아들이 강력하게 주장해 고인 생전의 뜻을 받들어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서씨의 아들인 서동주(45) 익산 믿음병원 원장은 “80세 이상 되는 분은 조직기증이 불가능한데 아버님이 턱걸이로 기증하셨다. 평소 뜻대로 기증하기 위해서 일찍 가신 것 같다”며 “아버님 덕분에 우리 사회에 고령이어도 조직기증이 가능하고 사망 후 12시간 이내에 조직을 기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아버님의 선한 영향력으로 장기, 조직기증 문화가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장기 이식은 1945년 각막 이식 성공을 시작으로 1969년 최초 신장 생체 이식, 1979년 최초 뇌사자 신장 이식 등 기록을 세우며 지난 79년간 발전해왔다.
하지만 의술의 발달과 달리 장기 기증자 수는 정체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장기 기증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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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총 5만1876명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2019년(4만253명)과 비교하면 4년 새 29% 늘어났다. 올해는 7월 현재 전국에서 4만4027명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장기 기증자 수는 400명대에 머무르고 있다.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 2022년 405명, 2023년 483명을 기록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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