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신중 검토" 미온적 반응
업계 "정책 실효성 낮다" 냉랭
여당이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당국과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정책을 뒤늦게 들고나왔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의힘 요청으로 비수도권의 DSR 한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경제 분야 당정협의회 첫 안건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다루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DSR 완화를 촉구했다. 지난 5일에는 정책간담회 1탄으로 건설 산업 경청회를 여는 등 연일 지방 미분양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당국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금융위는 "DSR 한시 완화의 필요성, 타당성, 실효성, 정책의 일관성 등 점검해야 하는 사항이 많이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DSR 기본 원칙을 건드리는 건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질을 관리하기 위해 '갚을 만큼 빌린다'는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탄핵 정국으로 당국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점도 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으려 보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3억원 수준인 비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을 고려하면 DSR 규제가 주택 구입의 큰 걸림돌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DSR이 적용되지 않는 정책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지나 가격 때문에 안 팔리는 물건이 대출 더 해준다고 팔리겠나"라며 "DSR 완화는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에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책 효과보다 표심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 선거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 민심을 반영한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실제로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60%가량이 여당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미분양 증가세가 꺾이는 등 위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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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는 경기도 미분양이 지방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미 타이밍이 늦은 지방 미분양 문제만 본다면 표심 의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가 다가오니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며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하는 게 부동산 경기 띄우기이지만 그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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