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이 술을 마시거나 폭행할 경우 위로금을 주기로 하고, 이러한 행위로 가정이 깨지면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뒤 실제로 돈을 지급했다면 이 금액이 이혼 사건 위자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법원은 해당 금액을 초과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2001년 3월 혼인한 뒤 두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 B씨는 혼인 초기부터 A씨의 잦은 음주와 폭언, 폭행 등으로 힘들어했다. 부동산 투자 실패로 부부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2015년 4월 B씨는 남편의 유책행위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소송 진행 중, 이들은 A씨의 과거 음주와 폭언, 폭행, 외도에 대해 A씨가 B 씨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합의서에는 향후 A씨가 음주나 폭행, 외도 등을 해서 가정이 파탄 나면 1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이후에도 음주와 외박을 계속했고, 2019년 7월 집 안에서 소란을 일으켜 경찰에 체포됐다. 또한 법원으로부터 B씨 주거에서 퇴거, B씨 직장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 임시 조치 결정을 받았다. A씨는 2019년 12월 B씨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별거를 시작했고, 이듬해 B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조정을 신청했다. B씨도 반소를 제기했다.
한편 B씨는 2020년 4월 A씨를 상대로 법원에 두 사람의 합의 내용에 따라 위로금 1억 7900여만 원과 약정금 1억 원 등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에서는 위로금 중 1억 4000만 원은 A 씨가 맺은 부동산 임대차계약에 관한 반환 채권을 B 씨에게 귀속시켜 변제됐다고 보고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서 A씨는 B 씨에게 1억 7500여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진행된 이혼 및 재산분할 사건에서 1심은 A씨가 B 씨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김옥곤·이동현 고법판사)는 최근 A씨가 B 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두 사람의 합의에 따른 위로금, 약정금을 달라며 B씨가 A씨를 상대로 청구한 민사소송이 확정됨에 따라 A씨가 민사 판결금 1억 75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이혼 사건의 위자료 판단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종전 이혼소송 제기와 그 취하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민사소송에서 B씨가 A 씨에게 위로금과 약정금 등의 지급을 청구했다"며 "민사소송에서 이들의 합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판결이 선고되었고 혼인 파탄 사유가 위로금과 약정금 지급 사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지급한 위로금과 약정금 1억 원이 민법에서 규정하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398조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약정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선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합의한 위로금은 합의 성립 전 발생한 A씨의 유책 사유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해당하고, 약정금 1억 원은 합의 성립 후에 발생한 A씨의 유책 사유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이를 초과한 금액의 위자료는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정금에 대해선 위약벌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과 입증이 없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며 "앞서 민사 판결이 확정됐고 A씨가 이를 모두 변제했다면 B씨는 민사 판결에서 확정된 금액을 초과한 금액을 위자료로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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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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