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67명 탑승객 전원 사망 추정
트럼프, DEI 프로그램에 참사 원인 돌려
NYT, 공항 관제사 인력부족 지적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공에서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가 충돌해 탑승객 67명 전원이 사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첫 대형 참사로 신임 행정부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참사 원인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으로 규정하면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NBC, CNN 등에 따르면 존 도넬리 워싱턴 소방청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전날 밤 발생한 여객기·군 헬기 충돌 사고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리는 구조 작업에서 (주검) 수색과 (동체) 회수 작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오후 8시48분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아메리칸 항공그룹 PSA항공의 소형 여객기와 미군 헬리콥터(UH-60 블랙호크)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밤새 소방당국의 생존자 구조작업이 이어졌으나 야간 사고인 데다 강물 속이 잘 보이지 않아 초기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미국 CNN방송 등은 전했다. 낮은 수온도 탑승자 생존 가능성을 낮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미국 중부 캔자스주에서 출발한 항공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64명이,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다. 여객기에는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약 20명이 탑승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재미(在美) 영사 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여자 피겨 유망주로 주목받아온 한국계 지나 한 선수도 포함됐다. 탑승한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레인의 부친이 현지 언론에 밝혔다.
사고 원인 조사는 진행 중이나 뉴욕타임스(NYT)는 연방항공청(FAA)의 예비보고서를 인용해 공항의 항공 교통 관제탑 인력이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발생 당시 공항 근처에서 헬리콥터를 담당하던 관제사는 동시에 이착륙하는 항공기까지 관리하고 있었다. 2명 분량의 업무를 1명이 도맡은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통신 장애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관제탑과 여객기 및 헬리콥터 사이에 통신 장애는 없었다"고 했다.
이번 사고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첫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신임 행정부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NYT는 예상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사고 발생 하루 전 취임식을 가졌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은 앞장서서 사고의 원인이 DEI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트럼프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사고 원인이 DEI 프로그램과 전임 바이든·오바마 정부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머스크 역시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바이든 정부 산하의 FAA와 정부 기관들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채용 관행을 도입해 국민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산불과 미국 인플레이션 문제에 이어 이제는 워싱턴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 사고까지 DEI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형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식 비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의 이런 접근이 주요 사건을 즉각적으로 정치적·이념적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본능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의 다양성 정책 비판과 관련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가 국회 질의에서 답변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J. 토드 인먼 NSTB 위원은 다양성 채용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언급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발언을 듣지 못했다"며, 당시 의회 의원들에게 사고 관련 브리핑을 진행 중이었다고 답을 회피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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