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gering Grace:일상과 상상의 교차점에서'
신사동 이길이구 갤러리, 2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2월 28일까지 열리는 음하영 작가의 개인전 'The Lingering Grace: 일상과 상상의 교차점에서'는 일상적 순간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로 관객을 초대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범한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특별한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흔히 놓치는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싶었는지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작품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환기하는 예술적 여정을 제시한다.
전시 제목 'The Lingering Grace(변함없는 은혜)'는 모순적 아름다움을 포착하려는 작가의 시선을 함축한다. 작가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고요를, 익숙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낯섦을 담아낸다. 대표작 'Unicorn(유니콘)'에서는 초현실적인 장면 속에서도 어린 시절 동화 같은 설렘이 느껴지고, 또 다른 작품인 'Whispers of Dissent(반대의 속삭임)'에서는 불꽃을 내뿜는 보트와 이해하기 어려운 글자들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건수 비평가는 이를 두고 "작가의 화면은 단순히 보기 좋은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라, 기억과 상상의 중첩 속에서 완성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음하영의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완성된 이야기를 제공하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갈 여지를 남긴다.
일상 속에서 쉽게 간과되는 순간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진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는 메시지를 작품은 전한다. 이러한 철학은 작품 디테일 속에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벼운 파스텔톤과 과장된 형태의 조합을 통해, 친숙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감각을 자아낸다.
한 관람객은 "현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장면이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진다"고 감상을 전했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뿐 아니라, 자신만의 기억과 연결되는 감정적 경험을 선물한다.
음하영의 작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텍스트다. 화면 위에서 등장하는 단어들은 글자로서가 아니라 그림으로 읽힌다. 작품 속 문구들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작품에서 문자를 하나의 조형 요소로 받아들여, 의미보다 형태와 분위기 자체를 생각하며 작업했다는 작가의 말은, 이번 전시에서 텍스트는 단순한 서사적 도구가 아니라 시각적 언어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평가들은 이러한 접근을 "포스트모던적 글쓰기와 그리기의 융합"으로 해석하며, 작가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대미술의 복잡성을 포용한다고 평가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에게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함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반추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공간을 통해 우리에게 놓쳤던 순간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모든 순간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계속해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동시에, 일상과 상상력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아쉬움을 선사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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