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신년회서 고객 중심 화두 수차례 강조
"피터 드러커는 성장이 정체된 기업은 혁신과 적응에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이러한 기업의 임원은 고객의 이익에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이나 부서만의 이기주의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최종 소비자인 고객이 만족할까 생각하면 많은 답이 나온다고 본다."
6일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내용이다. 정 회장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차례로 올해 이후 사업전략 등을 발표한 후 전반적인 의견을 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책에 나온 표현을 인용할 때는 직접 적어온 쪽지를 꼼꼼히 훑어보며 당부를 전했다.
정 회장은 "계획을 정교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나 결국은 실행력"이라며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고객이며 우리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고 고객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동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신년회에서 정 회장과 주요 경영진은 전 임직원과 묻고 답하는 라운드테이블 시간을 가졌다. 회장 취임 후 중요한 성과로는 바뀐 조직문화를 들었다. 정 회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면서 "소통, 효율적으로 각자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을 신경 썼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중장기 비전으로 내건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슬로건이 다소 추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결국 다음 세대를 위한 방향으로 이해해주길 당부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은 기술을 단순히 보여주고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니라 기술이 실제로 고객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제품이 나오는 속도도 중요하나 제대로 된 제품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초 시무식 성격을 띠는 이날 행사는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40분가량 더 진행했다. 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직접 얘기한 건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보다 명확히 전체 직원과 공유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됐다.
완성차·기획조정 담당을 맡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올해가 앞으로의 수년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해이다 보니 직접 리더(사장단)의 입을 통해 명확한 비전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 차원에서 조율하고(align) 시너지를 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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