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길이 지적엔 "충분했다…사고원인 아냐"
정윤식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규모가 큰 원인에 대해 "항공기가 공중에 떠 있을 때와 비슷한 매우 빠른 속도로 지상 기물과 충돌해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큰 사고는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전 아시아나항공 기장인 정 교수는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등에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 기어 미작동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항공 사고 원인은 쉽게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정 교수는 "공중에서 엔진이 꺼져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조종사의 통제 부족으로 결론이 나곤 한다"라며 "두 엔진 중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비행기는 운항 가능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도 시작점은 조류충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동체착륙 등 다른 원인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사고 원인을 정확히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고 난 여객기에 며칠 전 탑승했던 승객이 '시동이 몇차례 꺼져 불안했다'고 언론 제보한 것에 대해서는 "엔진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승객이 오인했을 수도 있다"며 "시동을 건 이후에 지상이나 공중에서 엔진이 꺼졌다면 법령에 의해 의무 보고 사항이기 때문에 그런 보고를 누락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짧아 충돌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보잉 737기종은 활주로 1500m만 있어도 충분히 운행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다만 비행기가 활주로의 약 3분의 1 지점에 접지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활주로가 10㎞이더라도 조종사가 9800m에 접지하면 200m밖에 없는 것이 되지 않나. 결국 이건 비행기 운영의 문제이지 무안공항 활주로의 문제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전날 브리핑을 통해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항해왔다"며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보잉737-800 기종의 노후화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선 "15년은 비행기 기령으로 봤을 때 그렇게 많지 않다"며 "오래돼서 사고가 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 교수는 "비행기 노후화는 항상 대두되는 문제"라며 "경년 항공기(기령 20년 이상 항공기)에 대해서는 항공당국도 이중삼중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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