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인물은 김 전 장관이 처음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 전 장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어떤 지시와 행위가 오갔는지를 재구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검찰이 김 전 장관 수사 등을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로 보면 '계엄의 밤' 당시 상황은 더욱 엄중했다. 4700명이 넘는 군과 경찰 병력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에 투입됐고, 군·경 지휘부에 내린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라 하기엔 경악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尹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긴박했던 국회
검찰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오후 10시47분께 6개 경찰기동대를 국회 출입문에 배치해 국회 출입 금지에 나섰다. 이후 11시6분께 국회의원과 출입증 소지자에 일시 출입을 허용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전화해 "조 청장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줘라"고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은 박 총장을 통해 조 청장에게 "국회에 경찰을 증원하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11시37분부터 재차 국회 출입을 금지하고 28개 기동대와 경찰버스 168대, 지휘차량 56대를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 발령 무렵부터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 전까지 조 청장에게 수회에 걸쳐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포고령 위반이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는 군 지휘부에도 내려졌다. 김 전 장관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를 봉쇄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령관은 휘하 부대에 국회 출동을 지시했고, 무장한 1경비단 소속 136명과 군사경찰단 소속 76명이 출동해 일부가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상황을 확인하고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4일 오전 1시3분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전화해 '(계엄이)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도 지시했다.
육군 최정예 부대인 특전사 병력 출동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병력 출동을 지시하고, 곽 사령관은 무장 병력을 국회로 보내 봉쇄를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곽 사령관에게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곽 사령관은 707특수임무단장과 1공수특전여단장에게 대통령 지시라며 이 같은 내용을 다시 하달했다.
이후 707특임단 병력 약 15명은 국회의사당 우측면으로 이동해 미리 준비한 망치로 유리창 2개를 깨뜨리고 내부로 침투했고, 1공수 병력 38명은 국회 후문을 강제로 개방해 내부로 침투했다.
10여명 체포조 구성…"싹 다 잡아들여"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 구성도 검찰 수사에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파악됐다.
여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3곳에 계엄군 진입 사실을 알리고, 안보수사요원 100명 지원 및 체포대상자 10여명에 대한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에도 100명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김모 방첩수사단장에게는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전 장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이를 저지하고자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부터 잡아라"고 지시했다. 여 사령관은 이를 김 단장에게 전달했고, 김 단장은 4일 0시38분께 "모든 팀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해 구금시설로 이동한다"고 출동조에 명령했다. 출동조 단체대화방에는 포승줄과 수갑을 이용하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선관위 점거하고 직원 체포 시도도
선관위 서버 장악 시도도 검찰 수사에서 상당 부분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여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선관위 장악과 전산자료 확보를 지시했다. 정보사 병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를 장악하고, 방첩사와 특전사 병력이 선관위 등으로 출동해 서버 반출을 시도했다.
선관위 장악은 11월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에서부터 구체화됐다. 문 사령관은 정보사 요원 30여명을 선발하도록 하고,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지난 1일 문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은 회동에 참석한 정보사 대령 2명에게 "선관위 전산 서버실로 가면 된다"고 지시하며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려주고,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임을 언급했다.
문 사령관은 비상계엄 전 정보사 계획처장에게 선관위로 출동하게 하고, 체포·감금할 직원 30여명을 최종적으로 정했다. 정보사 요원 36명에게는 이들을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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