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클라우드 바우처 예산 57% 줄어
정부 "관심 확대→집중 지원으로 목적 변경"
업계는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 여부 "글쎄"
내년도 클라우드 서비스 보급·확산 지원 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절반 이상 대폭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예산 지원을 통해 서비스 적용에 대한 인식은 확대됐으니 지원 기업 수를 줄여 집중 투자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러나 정부 판단 만큼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직 정착되진 않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소기업들의 클라우드 신규 보급이 원활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도 ‘중소기업 등 클라우드 서비스 보급·확산’ 사업 예산안은 46억7300만원으로 전년(111억원)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매칭을 지원하고 수요기업이 사용한 서비스 이용료의 80%는 정부 지원금으로 사후 정산해 공급기업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년도 예산이 대폭 감소한 건 정부의 지원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동안 예산지원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늘리는 쪽으로 이뤄졌다면, 이젠 성과가 있는 기업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방침에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직 국내에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SaaS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비교해 국내 SaaS 등 클라우드 서비스 보급은 현저히 낮다"며 "공공·대기업 보급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 보급률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축소 지향적인 예산 지원 방침은 늘어나는 사업 수요와도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도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사업은 클라우드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예산을 정액 지급하는 게 아니라 사용량을 확인한 후 사후정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3월 공고를 통해 뽑힌 1~3순위 수요 기업에서 고득점순으로 예산 내에서 우선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달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 지원 사이트에는 정부 지원금 예산이 초과해 지원금을 일부 조정한다는 공지가 게재됐다. 또 더존비즈온, 네이버클라우드 등 공급기업 전체와 2~3순위 수요기업에 이런 내용의 메일이 발송되기도 했다. 서비스 계약과 지원 기업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서비스 계약 건수는 2021년 2544건에서 지난해 3286건으로 증가했으며 지원 기업 수는 같은 기간 1006개에서 1372개로 늘었다.
내년 예산 축소로 클라우드 보급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바우처 사업 운영사인 이노비즈협회 관계자는 "내년 사업은 올해와 동일한 형태로 진행하지만 AI 시대 클라우드 전략에 맞춰 진행할 예정"이라며 "세부 계획은 내년 1월 말~2월 초 사업 공고 때 안내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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