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게임산업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으며 대한민국을 ‘게임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 토론회에서 "게임 산업의 연간 매출이 22조 원을 넘어섰으며 영화나 음악 같은 콘텐츠 산업보다도 압도적인 시장 규모를 갖추고 있다"며 "국가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이후 현 정부의 게임산업 관련 정책은 추진 동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지난 5월 정부는 ‘게임산업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후속 조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게임이용을 질병코드에 넣어선 안된다는 윤 대통령의 반대 입장도 탄핵과 함께 사라지게 됐다.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은 질병코드 등재가 게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정부 내에선 질병 등재 여부를 두고 찬반이 맞붙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찬성의 입장에 서 있는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고 직접 언급하며 문체부 의견에 보다 무게를 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탄핵되면서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 정책적 후속 조치 없이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스포츠 육성과 지역 연고제 도입도 윤 대통령이 공언한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지역 연고제는 각 지역을 중심으로 e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해 산업 성장을 균형 발전과 연결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업계와 e스포츠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지역 연고제 도입 같은 생태계 조성은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 윤석열 정부는 게임 소액사기 전담기구 설치와 게임 접근성 진흥위원회 설립 등 다양한 지원 정책들을 추진했다. 탄핵 이후 이들 정책 역시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업계의 불안감은 내년 게임 시장 전망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과 AAA급 콘솔 게임 출시를 통해 반등을 꾀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AAA급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대작을 가리킨다. 게임사들은 새로운 라인업을 준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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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의 인용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는 것과 관계 없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책적인 뒷받침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탄핵에 따른 불안정한 정책 공백을 극복하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따로 만나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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