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개월 남긴 이복현 원장
금융지주·은행 감독 강화 예고
우리 등 금융계 바짝 긴장
금융계가 금융감독원의 파격 인사로 술렁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부서장 75명 중 금융시장안정국장을 제외한 74명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기수 중심을 탈피한 능력 위주의 인사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이 원장이 반년 남은 임기 동안 조직 내외부의 기강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칼잡이’로 불리는 은행검사 베테랑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이 원장이 추진해 온 강도높은 시장 감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기존 공채 1기(2000년 입사) 중심의 부서장 체계를 1~4기로 확대하고, 공채 5기까지도 부서장으로 발령하면서 조직의 세대교체를 꾀했다. 유일하게 유임된 인물은 금융시장안정국의 이진 국장뿐이다. ‘12·3 비상계엄’으로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계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및 은행을 감독하는 은행검사1국장에 김남태 국장이 임명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충남도청 파견협력관으로 나가있던 김 국장을 금융투자검사3국장으로 승진시킨 뒤 반년 만에 요직에 전진배치했다. 김 국장은 2021년 KB금융 검사, 2022년 우리금융 검사를 맡았고, 2023년 은행검사1국 검사기획팀장을 맡으며 관련 현안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금감원 내에서 4대 금융그룹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금감원의 최대 현안은 우리금융과 KB금융의 검사와 그에 따른 조치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감원의 강력한 제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금감원의 제재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국장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부당대출 관련 검사 기록을 재검토하며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조 행장을 피의자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임 회장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원장은 지난 28일 “손태승 친인척 불법대출이 우리금융 현 회장(임종룡)과 현 행장(조병규) 재임 시절에도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다음달 우리금융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KB금융도 긴장 상태다. 금감원은 인도네시아 법인 부코핀은행의 부실 문제를 집중 점검하고 투자 적절성 등을 포함한 KB금융지주 및 국민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KB금융은 우리금융에 대한 제재 수위를 지켜본 뒤 대처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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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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