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플레이 리스트에 K-팝 음반 수록
건보사 CEO 살해 후 '영웅화' 움직임
미국 최대의 건강 보험 기업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살해 혐의를 받는 용의자 루이지 만조니(26)의 '음반 플레이 리스트'가 공개돼 현지 누리꾼이 들끓고 있다. 그는 평소 K-팝 걸 그룹 음반을 들었던 것으로 보이며, 특히 그룹 '블랙핑크', '뉴진스' 등의 팬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0일(현지시간) 엑스(X), 인스타그램 등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유출된 만조니의 플레이 리스트에 관심이 쏠렸다. 앞서 브라이언 톰슨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 총격 용의자 만조니의 신원이 현지 경찰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가 온라인상에 남긴 행적도 주목받은 바 있다.
범행을 저지르기 전 만조니는 인터넷에서 매우 활동적인 청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최대 독서 리뷰 사이트 '굿리드'에 서평 200건 이상을 남기는가 하면, SNS에 글을 쓰기도 했다. 또 음반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는 평소 그가 애청하던 플레이 리스트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 플레이 리스트 제목은 'K팝<3(키스하는 모양을 흉내 낸 이모지)'이며, 블랙핑크를 비롯한 수많은 국내 걸그룹 음악이 담겼다.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핑크 베놈(Pink ven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등 블랙핑크의 모든 대표곡이 해당 리스트에 수록됐다. 그런가 하면 뉴진스, 아이브 등 비교적 신예인 그룹들의 곡도 수록됐다.
만조니는 과거 자기 SNS 계정에 "뉴진스는 절대 죽지 않는다"며 그룹을 향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으며, 일부 누리꾼은 그가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투어에 간 정황이 포착됐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톰슴 CEO를 살해한 만조니는 전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대기업 CEO를 쏴 살해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지만, 현지 일각에선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상에선 미국 건보사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 행위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이 만조니를 '영웅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미 현지 누리꾼들은 만조니가 남긴 모든 행적을 파헤치고 있다. 미국 환경주의 테러리스트인 시어도어 카진스키를 옹호한 서평, 상체를 탈의한 채 찍은 사진, 심지어 경찰 체포 당시 그가 자필로 썼다는 종이 세 장 분량의 '선언문'까지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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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타임스(NYT)는 경찰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해당 선언문에 "기생충들은 싸다"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조지프 케니 뉴욕경찰청 수사국장도 현지 언론 브리핑에서 만조니에 대해 "코퍼레이트 아메리카(Corporate America)에 대한 악의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범행 동기를 추정하기도 했다. '코퍼레이트 아메리카'는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비유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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