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의 계엄령' 바라본 시민들 반응
“국회로 간 국민들에게 빚진 마음”
“국민 불안 조성 대통령 물러나야”
“국회로 바로 뛰쳐나간 시민들에게 빚진 마음이었습니다.”
4일 광주 광산구 송정역에서 만난 40대 김모 씨는 어젯밤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 선포 상황을 지켜본 심정을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출장으로 서울행 표를 끊었다는 그는 “국회 상황을 라이브 영상으로 시청했다”며 “당장 시동을 걸고 올라가고 싶었다. 경찰과 중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송정역 입구부터 분주하게 청소하던 한 직원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계엄령 해제가 되는 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끝까지 다 봤다”며 “몸도 마음도 피곤하지만, 어김없이 새벽 5시에 출근했는데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구 광천동 광천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살펴봤다.
자신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기로 결심한 세대”라고 밝힌 30대 시민은 “국민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대통령이라면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제대를 2주 앞두고 말년휴가를 나온 한 군인 장병은 “어제 계엄령 이후 부대 곳곳에서 긴장감이 돌았다”며 “오늘 자정 기준으로 분대장 이상은 잠도 못 자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전날 오후 10시 24분께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했다. 이후 계엄군이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며 시민과 국회 관계자 등과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무장 병력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들어가는 데 성공. 이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이어 오전 1시 14분께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이후 약 6시간여만인 4일 새벽 4시 27분께 국회 요구에 따라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어떤)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 무효이자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며 “이는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 대통령의 헌정 파괴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 윤 대통령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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