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선고한 판사 향해 "판레기"
정성호 "감정적 발언, 바람직하지 않아"
최민희 SNS에 "발언 쎘다는 것 인정" 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에 당 지도부와 지지자를 가리지 않고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죽이겠다"는 등 극언도 나오자 당내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 현장에서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한다)"며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이재명계 모임 '초일회'가 다음 달 1일 김부겸 전 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여는 등 비이재명계가 움직이자 이를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사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한 9명 가운데 이 대표와 송순호 최고위원을 제외한 7명은 이 대표를 변호하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며 "사법부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검찰의) 조작 기소를 받아 쓴 허술한 법리를 누가 감정이 아닌 합리라고 하겠나"며 "오죽하면 서울대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 하겠나"라고 비꼬았다.
지지자들도 격앙된 표현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1심 판결을 한 한성진 부장판사를 '판레기'(판사를 쓰레기에 비유한 말)라고 비하하는 등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 지지자는 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절대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울하다가 최 의원 덕분에 용기도 나고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지자들 역시 "사과하면 지지를 철회하겠다" "최 의원의 후원 계좌를 채워주자" 등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의 1심 판결 직전과는 정반대 반응이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은 "관련 법익을 종합 고려해 결정했다"며 이 대표의 1심 판결 선고에 대한 촬영 및 중계방송을 불허했다. 이에 민주당 사법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의 속셈은 사법부에 대한 겁박과 힘 자랑, 권력을 동원한 협박"이라며 "법원이 흔들리지 않고 공정한 대처를 해줬다"고 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 역시 "법원의 결정에 환영한다"고 했었다.
당내 일각에서는 사법부를 향한 격앙된 반응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사법부를 향한 감정적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쨌든 판결은 판결이다.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당이 좀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사법 절차 내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당이 중심이 돼 민생과 예산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최 의원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최 의원은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 발언이 너무 셌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민주당이 똘똘 뭉쳐 정치 검찰과 맞서고 정적 죽이기에 고통받는 이 대표를 지켜내리라 믿는다"는 글을 올렸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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