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고려아연, 영풍·MBK 모두 과반 확보 못해
양측 모두 곧바로 장내매수 나설 듯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23일 종료된다. 매수하겠다는 최대물량(20%)을 모두 가져가도 의결권에는 영향이 없는 만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와 장내매수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까지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을 완료한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최대 매수 물량(20%)이 유통 물량(18%)을 넘어서지만 전량을 매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만약 공개매수가 흥행해 고려아연이 유통 물량 대부분을 흡수할 경우 MBK 연합은 약간 우세한 현재 지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측은 공개매수 이후 38.47%의 지분을 확보했으며 최 회장 및 우호 지분은 베인캐피탈이 취득할 2.5%를 포함해 36.49%다. 고려아연이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의결권 기준 양측 지분은 40%대로 커진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넘지 못한 데다 지분 차이도 미미한 만큼 남은 물량을 놓고 장내매수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려아연 입장에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보다 장내매수를 통해 시장에서 남은 지분을 사들이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이번 공개매수로 취득할 물량 대부분(17.5%)이 자사주 소각으로 의결권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내매수는 의결권 확보를 위한 가장 빠른 방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현재 갖고 있는 자사주(2.4%)를 우호 세력에게 매각하며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지금 상태로 주주총회에 돌입한다면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주주총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92.5%에 찬성해 현 경영진의 판단을 신뢰해왔다.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단 가처분 신청이 두 차례 모두 기각된 것도 최 회장 측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가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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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와 별개로 법적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영풍·MBK 연합의 가처분 제기로 시장 질서가 교란됐고, 이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도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자기주식 공개매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가처분 판결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라는 점이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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