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억 담보대출+4500억 전자단기사채
유상증자 없이 저비용 자금 조달
차입금리 추가 하락·배당률 개선 노림수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빌딩 인수자금 약 8700억원을 모두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대주주의 추가 자금 부담이나 지분율 희석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저리로 자금을 빌려, 리츠의 배당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이날 장교동 한화빌딩을 담보로 4200억원의 한도대출을 받았다. 대출에는 SC제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의 은행들이 참여했다. 담보대출과 동시에 4500억원 규모의 3개월 만기 전자단기사채도 발행했다. 단기사채는 한국투자증권이 3500억원, 한양증권이 10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한화리츠는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을 한화빌딩 인수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한화빌딩의 기존 소유주는 한화생명으로 한화리츠는 8070억원에 이 빌딩을 인수하기로 했다. 당초 유상증자와 담보대출을 절반 정도씩 섞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한화리츠는 인수대금의 전부를 차입금으로 마련했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과거에 비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전략적 결정이다. 담보대출은 신용대출이나 회사채에 비해 금리가 낮고 단기사채 발행 금리는 3%(3.8%)대로 내려왔다. 3개월 후에 시장 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경우 더 낮은 금리로 단기사채를 발행하거나 장기 회사채로 리파이낸싱(재조달)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추가 자금을 투입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지분율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지분 희석으로 인한 비용보다는 차입 금리가 싸게 먹힌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교동 한화빌딩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도보 2분 거리 청계천 변에 위치한다. 연면적 약 2만5000평으로 한화그룹이 본사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어 임대율 100%를 자랑한다. 평(3.3㎡)당 매각 가격은 3590만원으로 알려졌다. 한화자산운용은 광화문 주요 오피스가 최근 3~4년간 평당 3400만~4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과거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리츠는 이번 한화빌딩 인수로 보유 자산의 규모가 점프한다. 기존에 한화손해보험 여의도 사옥과 한화생명 서울 노원구, 경기 안양·부천·구리점 4곳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한화그룹 계열사가 장기임차(마스터리스)해 사용하고 있는 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국민연금,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의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어 공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배당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6~7% 수준으로 설정된 5개년 평균 연 배당 목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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