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서 '저소비 코어' 게시물 ↑
한국선 '요노' 트렌드 급부상
소비자들, 불필요한 소비 멈춰
미국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 젠지(Gen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저소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한때 과소비하며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는 일명 '플렉스' 문화가 유행이었으나, 이젠 소비를 절제하는 것에서 멋을 느끼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라는 트렌드도 급부상하고 있다.
10년간 신은 신발 자랑…'저소비 코어' 게시물 급증
최근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선 '저소비 코어' 관련 게시물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검소함과 미니멀리즘을 옹호하며 오래된 가구, 빈티지 의류 등을 찍어 올리고 있다. 특히 일부는 깨진 접시, 해진 옷, 밑창이 닳은 낡은 신발, 깨진 섀도우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뉴욕포스트는 "'저소비 코어'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출이 적다는 것을 자랑하는 트렌드"라며 "인플레이션의 산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매체는 또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광고하며 과소비를 부추기는 인플루언서와 기업에 지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멈추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틱톡커 앨리스 채는 '저소비 코어'를 주제로 영상을 올리며 고등학생 때부터 10년간 신은 신발, 4년 동안 사용한 가방, 다 쓴 플라스틱 통을 물통으로 재사용하는 모습 등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140만회를 돌파했으며, 12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이 "넌 새로운 물병과 신발을 살 수 있어"라고 말하자, 앨리스 채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글을 달았다.
미국인 절반 이상 "美 경제 이미 침체"
저소비 트렌드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인 5명 중 3명은 미 경제가 이미 침체 상태에 놓여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이 전자결제업체 어펌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발표한 결과, 응답자의 59%는 미국 경제가 현재 침체 상태에 놓여 있다고 판단했다.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배경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68%)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침체에 접어들었고, 내년 7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의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이 1분기 1.4%, 2분기 2.8%(속보치)를 나타낸 점을 고려하면 2분기까지 경제 상황은 기술적 침체 진입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하지만 다수 일반 미국인은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 탓에 체감상 이미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었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돈을 아끼려는 젊은층도 늘어났다.
韓서도 합리적 소비 지향하는 '요노족' 부상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2030세대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요노(YONO·You Only Need One)족'이 증가하고 있다. '요노'는 사치를 즐기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맞는 실용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과거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이 대세였으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다.
요노족은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최저가 제품을 더 선호하고, 덩어리 고기 같은 대용량 제품이나 소비 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구매하는 등 합리적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게 특징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고용률도 저하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지 않자,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영향은 지난해 청년층 사이에서 극단적 소비 절약 형태인 거지방, 현금챌린지, 무지출챌린지 등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외신은 불황을 이기려는 요노족들의 실속 소비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6월 '욜로가 죽어가고 있다. 이는 경제에 나쁜 소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사치스러운 소비 파티는 끝이 났다"고 했다. 매체는 "소비자 지출은 감소하고 있으며 소득이 높은 미국인도 월마트 같은 할인매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일부 매장은 주저하는 쇼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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