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여자 에페 금메달리스트 비비안 콩
3년전 석사논문서 홍콩시위 탄압한 中 옹호
2024 파리올림픽에서 홍콩에 첫 금메달을 가져다준 펜싱 선수 비비안 콩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과거 홍콩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중국을 옹호한 논문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달 27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콩은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프로 펜싱 선수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아이들이 스포츠에서 기쁨과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자선 단체에서 새로운 경력을 시작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6일(현지시간)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을 비롯한 홍콩 현지 매체들은 비비안 콩이 금메달을 딴 직후 그가 3년 전에 쓴 석사학위 논문이 인터넷에 유포되기 시작했다며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2021년 중국 인민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제출된 이 논문에서 콩은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혼란과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중국 당국의 탄압과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 홍콩 민주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구속·기소되거나 해외로 도피했고 '친중 애국자'만 홍콩 입법회(의회) 등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논문 내용이 알려지자 네이선 로 전 입법회(의회) 의원 등 민주 진영 인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뒤 영국으로 망명한 로는 "콩의 승리를 축하한 것은 큰 실수였다"며 그의 정치적 입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홍콩 팬들 상당수도 논문 공개 이후 그에게 등을 돌리게 됐다고 타임은 전했다.
중국 매체들도 콩의 은퇴 소식은 보도했지만, 친중 논문 논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타임은 이번 사건을 두고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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