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CB 모두 전환되면 10%대 물량
주가 더 오르면 CB·EB도 전환 대기
코스닥 상장사 라파스의 전환사채(CB)가 속속 주식으로 전환 청구되고 있다. CB 발행 후 계속 전환가를 밑돌다 최근 비만치료제 이슈로 주가가 오르자 전환 청구가 밀려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파스는 제5회차 CB 26억2500억원어치가 주식으로 전환 청구됐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앞서 지난 23일에도 20억1250만원 규모의 5회차 CB가 전환 청구된 바 있다. 이들 CB는 오는 8월7일부터 20일 사이에 신주로 상장될 예정이다.
5회차 CB는 지난해 4월27일 20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3%로 최초 전환가는 2만4930원이었다. 하지만 CB 발행 후 라파스의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달 24일에는 9000원대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이에 CB 전환가는 리픽싱(전환가 조정) 최저 한도인 1만9944원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주가가 전환가보다 낮다 보니 CB 전환 청구는 들어오지 않았다. CB 전환은 발행 1년 뒤인 지난 4월27일부터 가능했었다. 오히려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청구(풋옵션)를 고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풋옵션은 CB 발행 18개월 뒤인 오는 10월27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 그때까지도 주가가 지지부진했다면 200억원 규모의 상환 요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도 라파스의 주가는 최저점을 찍은 후 지난 11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라파스는 경피약물전달(TDDS) 기술인 용해성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침)을 이용한 패치의 연구개발, 제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현재 주로 미용기기 패치 등 화장품 분야에서 매출이 많이 발생하고 의약품,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형태로 바꾼 DW-1022 패치제의 임상을 진행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위고비의 매출액은 약 4조원 규모다. 라파스가 주사제보다 편리한 방식인 패치 개발에 성공하면 대규모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이슈에 주가가 전환가를 넘어서자 CB 투자자들은 곧바로 주식 전환에 나섰다. 이번에 전환되는 주식은 23만2519주다. 전체 주식의 2.66%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남은 5회차 CB 153억6250만원이 모두 전환되면 총 77만281주, 전체 주식의 9%가량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 이론상 주가가치가 10%가량 희석되는 셈이다.
또 아직 65억원 규모의 4회차 CB와 80억원 규모의 6회차 교환사채(EB)도 남아 있다. 이들의 전체 전환 또는 교환 가능 주식수는 41만6125주로 전체 주식의 5% 수준이다. 다만 전환가가 CB는 4만864원, EB는 3만1121원대라 주식 전환 청구가 바로 들어오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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