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EF 개인고객비중 20%→30% 상향목표
고액자산가 늘자 리테일 시장에 공격적인 영업시작
국내 대형 PEF는 기관전용, 개인고객에 막혀있어 한계
"돈 냄새를 맡은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리테일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글로벌 PEF들이 국내외서 패밀리오피스(가문자산관리)를 타깃으로 한 특화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란 고액자산가나 기업오너 가족 등의 자산관리와 배분, 상속 증여 신탁이나 가업승계를 전담해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한 PEF 고위관계자는 "그간 기관 고객을 중심으로 하고 개인 고객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글로벌 PEF들이 리테일 시장에 뛰어든 것은 기관 투자 속도는 느린데 고액자산가들의 부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비밀조직처럼 개인 고객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던 글로벌 PEF들이 투자자 교육 사이트를 따로 만들고 자산운용사처럼 일반 투자자 교육을 시작하는 등 중요한 트렌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자산이 1400조원에 달하는 블랙스톤의 경우 전체 펀드에서 개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 조준했다. 골드만삭스, 칼라일, KKR 등 다른 글로벌 PEF도 리테일 확대에 공격적인 분위기다. 국내서는 주로 고액자산과들과 접점이 많은 증권사들이 VIP 고객관리 차원에서 글로벌 PEF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분야에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두각을 나타낸다. 한국투자증권은 칼라일과 손잡고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선보였다. 삼성증권은 패밀리오피스 사업 전담 지점을 열었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PEF 상품 투자 기회를 고액자산가에 소개하면서 골드만삭스·칼라일 등 글로벌 PEF의 상품을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사모 대출 펀드의 경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4000만달러(약 500억원)를 모집하는 등 큰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환매 기간도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짧아졌다. 예전에는 만기가 10년 이상인 상품들이 주를 이루던 기관 중심의 PEF 시장에서 리테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환매 주기가 짧은 펀드 상품들이 생겨난 것이다. 개인 고객들의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글로벌 PEF 대출펀드의 경우 많게는 3000여개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리스크가 분산되면서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글로벌 PEF들은 이런 고객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리테일 쪽 판매조직을 대폭 키우며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급증하는 패밀리 오피스 시장을 글로벌 PEF들이 선점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투자은행(IB) 시장에선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국내 PEF 제도는 일반 PEF와 기관전용 PEF로 나뉘어 경쟁력 있는 대형 PEF에 대한 금융 소비자 접근이 제한돼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PE들은 고액자산가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개인 고객에게 열려있지만, 국내 대형 PEF들은 기관전용이 대부분이라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낼 수 없다"며 "소비자 선택권 확보와 분산투자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부분이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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