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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오너 바라기' 합병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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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일반주주보다 오너 지배력 확보
'밸류업' 아닌 후진적 구조 반복

SK그룹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명분은 비교적 명확하다. 경영진이 제시하는 분할·합병 전략은 그룹이 처한 상황과 미래 산업 육성의 측면을 고려하면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초동시각]'오너 바라기' 합병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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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현재 빚(차입금) 부담이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반도체 사업의 장기 적자, 정유·화학 사업의 부진, SK온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더 이상의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빚을 더 늘리다가는 그룹 전체가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SK온을 살리려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그룹 내 캐시카우(Cash Cow)인 SK E&S를 합쳐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SK온 자금 지원의 주체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체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SK온에 붙여 SK온의 자체 현금흐름도 개선하기로 했다.


지주사인 SK㈜도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알짜 계열사인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지분을 SK에코플랜트에 현물로 출자하면서 SK에코 지분을 대가로 받기로 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SK의 SK에코 지분율이 올라가고 몸값이 높아진 SK에코의 기업공개(IPO) 추진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 SK㈜는 늘어난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두산그룹도 그룹 미래 사업으로 꼽는 로봇을 키우기 위해 알짜 회사인 밥캣을 인수합병(M&A)하기로 했다. 불도저, 농기계 등을 만드는 밥캣은 e두산로보틱스와 시너지를 모색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발전용 설비를 만들고 플랜트를 건설하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로봇 회사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완전 자율주행은 자동차보다 농기계가 더 빠를 것이라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의 전망대로 밥캣과 로봇 기업 간 시너지를 모색하는 쪽이 전략적으로 더 유용해 보인다.


명분이 확실한 지배구조 개편에 잡음이 지속되는 이유는 합병비율 등이 오너나 지주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이 강해서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피해를 봐야 하는 다른 주주나 소액 주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SK㈜의 합병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기존 36.2%에서 55.9%로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 주주보다 지주사의 지분율이 높은 SK E&S 주주에 더 유리한 합병비율을 채택해서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상태로 합병을 당해야 한다. 지난해 유상증자 때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산 SK이노베이션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SK온 퍼주다가 재무상황이 부실해져 주가가 추락한 것도 억울한데 합병비율에서까지 손해를 보게 됐다는 볼멘소리다.


밥캣 주주들도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적자 회사인 두산로보틱스가 매출과 자산가치 20배인 밥캣을 지나치게 싼값에 합병하기로 하면서 손해를 보게 됐다.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확보한 두산이 합병 두산로보틱스 지배력을 끌어올리면서 밥캣이 창출하는 대규모 현금흐름에서 나오던 배당도 많이 가져간다.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편 역사에서 합병비율이 오너보다 일반 주주를 향한 적은 없었다.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되는 후진적인 지배구조는 '밸류업' 목소리를 높이는 현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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