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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노 에어컨' 파리올림픽, 더위도 국력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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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노 에어컨' 파리올림픽, 더위도 국력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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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6일(현지시간) 개막을 앞둔 파리 올림픽의 최대 주인공은 개막식이나 스타 선수가 아니라 에어컨이다. ‘노(NO) 에어컨’ 올림픽으로 전 세계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면서 선수촌에 에어컨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지만 40도가 넘는 폭염이 예고되자 일부 국가는 자체적으로 에어컨을 확보하기로 했다. 에어컨에서도 국가 경제력의 차이가 나타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등은 자체 에어컨을 준비한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선 언감생심이다. 우간다 등은 에어컨을 지원할 비용이 없다고 호소한다.


올림픽은 공평하지 않다. 메달 개수를 보면 상위권에 선진국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국력과 메달 획득이 거의 비례한다.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인재를 찾아 좋은 시설에서 훈련시킬 수 있다. 반면 세계적 재능을 갖고 있더라도 개도국 저소득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평생 재능을 찾지 못하고 살아갈 확률이 높다. 국가대표가 된 이후에도 선진국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지만 개도국에선 불볕더위에 에어컨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올림픽에 열광하는 이유는 경기 자체엔 룰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돈이 있으면 패스트트랙을 사서 몇시간씩 줄을 서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엔 룰이 있기 때문에 수조 원을 내도 나만 먼저 출발하거나 짧은 트랙에서 뛸 수 없다.


이번 에어컨 논란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해 최첨단 기술을 투입한 경기복과는 다르다. 친환경은 파리올림픽에서 일종의 룰인데, 부자 국가만 에어컨이란 ‘패스트트랙’을 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도국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면 선진국들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북반구 선진국보다 개도국이 더 취약하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49년까지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할 경우 탄소 배출이 적은 저소득 국가의 피해가 고소득 국가보다 61%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전적 문제로 국가가 에어컨을 제공하지 못해 선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올림픽에서도 저소득 국가의 피해는 뻔하다.


실제로 파리 여름 날씨는 선수 건강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만큼 무덥다. 미 CBS 방송에 따르면 1924년 파리올림픽과 비교하면 올림픽 기간 파리 평균 기온은 3.1도 치솟았다. 요 몇 년 새 7월 말 파리 기온은 40도를 넘나든다. 프랑스에서 지난여름에만 5000여명이 더위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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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에어컨’ 이슈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다는 본래 목적은 달성됐다. 만약 에어컨 논란이 아니었다면 100년 새 파리 기온이 3도 이상 올라갔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라별 빈부 격차에 따라 경기 결과와 선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새 과제를 떠안게 됐다. 폭염 우려가 심각한 만큼 모든 선수에게 에어컨을 제공하며 모두 같은 룰 아래 경기하게 해야 한다. 친환경 실천은 소수의 선수가 아닌 전 세계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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