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인 '북미 너구리'(라쿤)
1970년대 반려 동물로 인기
'야생화'거치며 생태계 교란
일본 도쿄도가 폭증한 너구리 개체 수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로 지목된 종은 외래종인 북미 너구리(라쿤)으로, 지난 10년간 개체 수가 5배가량 폭증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최근 일본 '교도통신'은 도쿄도 내 너구리 개체 수가 폭증했다고 보도했다. 시 당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2년 당시 포획된 야생 너구리 수는 259마리에 불과했으나 2022년엔 1282마리로 늘었다.
북미 너구리, 일명 '라쿤'은 1970년대 당시 일본에 반려동물로 인기를 끈 외래종이다. 원래 일본에서 서식하는 너구리인 일본 너구리(타누키)와는 별개의 종이다. 당시 방영된 '너구리 라스칼'이라는 인기 TV 시리즈 덕분에 일본에서 라쿤 붐이 일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가정집에서 탈출하거나 버려진 라쿤이 야생 동물로 변했고, 이들이 서로 번식하면서 개체 수를 늘리자 이제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심지어 라쿤은 도쿄 근교권의 농작물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2022년에는 라쿤이 망친 농작물의 피해액만 약 4억5000만엔(약 39억원)으로 추산됐다.
라쿤은 농촌 지역으로 몰려가 과일이나 채소를 짓밟고, 심지어 가축을 공격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농무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너구리도 생존을 위해 필사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조처가 무력화된다"라며 "라쿤 포획을 위한 함정도 때때로 깨진다"고 개체 수 조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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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일본의 토종 생물을 잡아먹어 씨를 말리기도 한다. 특히 도쿄에서 처음 발견된 '도쿄 도롱뇽'의 경우 너구리에게 사냥당하면서 그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젠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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