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지자체 단속 꺼려
선관위 "선거법 관련 아냐"
시민 안전 위협 지적도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유세차량들의 교통법규 위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로 단속을 꺼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사항은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는 공직선거법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며 “인도 및 안전지대를 침범하는 도로교통법 위반은 경찰서나 지자체에 문의해야 할 것 같다. 공직선거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79조에 따르면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는 도로변, 광장, 공터, 주민회관 등 공개 장소에서 연설·대담을 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조항만 존재할 뿐 유세 차량의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한 규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지자체 단속이 가능하지만, 선거기간에는 현실은 무규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상 단속 대상이 맞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보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극심한 정체를 유발하거나 위험한 상황일 경우에는 현장에서 시정하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112신고가 지속해서 들어오면 그때는 단속을 한다”면서도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 하냐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모든 차량은 교차로, 횡단보도, 건널목, 보도 등에 정차하거나 주차해서는 안 된다. 안전지대는 구급차량, 긴급차량 이외 진입이 금지된다. 안전지대는 보행자의 보호와 자동차의 원활한 진·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완충지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세차량들은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함이다.
실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인도·안전지대 등을 점거하고 있는 유세차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당력이 총동원되는 출정식이나 집중 유세에서는 특정 정당과 관계없이 인도에 차량을 대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기 일쑤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지만 어떠한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법을 만들고, 안 만들고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에 있는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면 된다”며 “선거법에 조항을 만들게 되면 선관위가 단속을 해야 해야 하는데 선거기간 그것 말고도 다른 업무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공권력 집행에 있어서 눈치를 보면 안 되고 단속할 것은 해야 한다.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오해받기 싫다는 것인데 해당 지역을 순찰하면서 모든 정당에 똑같이 적용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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