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번주 '홍콩ELS' 자율배상 확정

주요은행 이번주 내 임시이사회 개최
피해자단체, 29일 최대판매 국민은행 앞서 4차집회

주요 은행들이 이번 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와 관련한 자율배상을 확정한다. 다만 ELS 피해자 모임은 감독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자율배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는 등 한동안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은 이번주 중 홍콩H지수 기초 ELS와 관련한 자율배상안을 확정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날엔 하나은행, 28일엔 NH농협·SC제일은행, 오는 29일엔 KB국민·신한은행의 임시 이사회가 각각 개최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각 은행은 사외이사 간담회를 통해 홍콩H지수 기초 ELS와 관련한 배상안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이번주 개최될 각 은행의 임시 이사회에선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내놓은 분쟁조정기준안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산한 배상 규모를 보고하고 이를 실적에 반영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배상액 규모는 조(兆)원 단위에 이를 전망이다. 상반기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도래액이 약 1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손실률 50%에 평균 배상비율을 40%로 가정할 경우 배상액은 약 2조원에 이르게 된다. 감독당국도 다수의 배상범위가 20~6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고, 은행들도 20~40% 수준의 배상비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홍콩H지수 기초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은 절반 수준인 1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앞서 주요 은행 중 처음으로 자율배상을 확정한 우리은행의 조정 대상 ELS 판매액은 약 415억원 수준으로, 배상액은 약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은행 이사회가 이런 자율배상안을 의결하면 각 은행은 4월부터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개별적으로 접촉해 조정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감원도 대표사례를 추려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판매사와 소비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별 분쟁조정을 거치고 및 법정소송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당장 ELS 소비자 단체는 이번 자율배상안에 대해 반발하며 전액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 ELS 피해자 모임은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계약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제4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등 선례를 봐도 소송전으로 갈 경우 판매사가 유리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도입 이후 은행들도 여러 보호장치를 갖춰둔 만큼 개별 소비자 불완전판매를 입증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