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최초 연간 영업익 1조원
전 세계 CDMO 시장 연 6% 성장 기대
초격차 전략 슈퍼플랜트 제역할 톡톡
인천 송도 4공장 이어 5공장 건설 중
2027년까지 6공장 건설 계획
론자 긍정적 전망…최근 주가 상승세
작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뜻깊은 한 해였다. 국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쾌거를 얻은 데다, 불투명한 실적으로 모회사 발목을 잡아 왔던 의약품 개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매출 1조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작년 이차전지·반도체·IT 사이클 속에서 제약·바이오 업종 소외현상이 두드러졌던 만큼 주가도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사 론자가 "4년간 항체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데다, 미 국회의 '바이오 안보법' 발의 사실이 알려진 것도 사측에 기회 요인으로 관측된다.
작년 영업익 1조1137억…수주액 3.5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4일 작년 연결 기준 매출 3조6946억원, 영업이익 1조113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처음이다. 매출도 2022년 사상 첫 연간 3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23%의 성장률을 보였다. 당초 목표치로 내걸었던 '매출 20% 증가'보다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30%를 유지했다. 통상 영업이익률이 10%대인 국내 동종업계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외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조2042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는 작년 화이자, 노바티스 등 빅파마와 대규모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연간 수주액 3조500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이다. 누적 수주 총액은 약 120억달러다. 글로벌 톱 20개 제약사 중 총 14개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수주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에도 안정적인 사업 확대를 통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전년 대비 10~15% 성장한 매출 전망치를 공시했다. 실제로 미국 글로벌 리서치회사인 그랜드 뷰 리서치는 세계 CDMO 시장이 2022년 1358억5000만달러에서 2030년 2325억9000만달러 규모로 연평균 6.1% 성장할 것으로 봤다.
과거 약점으로 꼽혔던 불투명했던 자회사 실적도 가시화되는 추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작년 매출 1조203억원, 영업이익 2054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후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마일스톤(연구개발 수수료) 수령에 따른 기저효과로 11% 감소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4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개발을 적기에 마무리하고 항체약물 접합체(ADC) 연구 등 미래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할 계획이다.?
일명 삼성이 '초격차 전략'으로 내건 슈퍼플랜트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삼성바이로직스는 "2023년 실적 비결은 4공장 매출 반영과 높아진 공장 운영 효율 덕분"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회사는 2022년 7월1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에서 제4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 만큼 반도체·전자 부문처럼 바이오 분야에서도 초격차 전략을 통해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곧바로 지난해 4월부터는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 중이다. 5공장은 1~4공장의 최적 사례를 집약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생산능력은 18만ℓ로 완공 후 총 생산능력은 78.4만ℓ로 늘어난다. 6공장은 27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다만 슈퍼플랜트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 '돈 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4년 실적을 전망하면서 매출은 늘어나되 영업이익률 하락을 점쳤다. 휴미라 출시로 인한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상각분과 4공장 모듈A 감가상각비, 2025년 4월 5공장 가동을 위한 약 500여 명의 인력 선채용으로 인한 판관비 증가가 주된 이유다.
5개월 만에 80만원대 회복…론자·우시가 끌어올린 투심
최근 주가 상승세는 스위스 CDMO 기업 론자가 내놓은 긍정적인 산업 전망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 80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80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작년 8월11일 이후 처음이다. 론자는 2024년 가이던스를 제시하면서 매출이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flat)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반면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로는 27~29%를 제시했다. 모더나 매출을 제외할 경우 높은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상업화 CDMO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2024~2028년 중기 가이던스로는 11~13% 매출 성장을 점쳤다. 상업화 항체 CDMO 분야에서 삼성과 경합 관계인 론자가 업황에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수혜가 점쳐졌다. 특히 론자는 기업설명회(IR) 과정에서 "항체 수요가 매우 강하다"며 "4년 동안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전반에 훈풍을 가져온 미·중 간 갈등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사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법안인 '바이오안보법(Biosecure Act)'을 발의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이 자국의 군사 및 정보기관과 협력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해당 기업들과의 거래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중국계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2거래일간 23.8% 급락했다. 우시 측은 자사 사업이 어떤 국가에도 보안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시장의 장밋빛 기대와 다르게 증권가에선 회사가 반사이득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했다. 위혜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법안이 발효된다고 가정해도 단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 반사이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양사의 사업 모델, 인력, 공장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당 법은 이제 초안이라는 점 때문에 기우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미·중 갈등이 바이오산업에도 확장되고 있으며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짚은 후 "현재 우시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사업이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우나 향후 초기 단계 CDMO 또는 상업화 CDMO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밸류에이션이 개선되는 구간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체 실적만으로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업화 항체 생산 위주의 양호한 실적 성장과 2023년 차별적인 수주 성과를 입증했으나 피어 기업들의 디레이팅(주가수익비율 하향)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하락했었다"면서 "이번 상승은 피어 기업의 리레이팅(주가수익비율 상향) 가능성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실적 성장과 미래 매출 성장을 반영한다면 상승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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