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전후 美 Fed 금리 인하 예상
공급 부족으로 수요 심리 회복·반등
경기 회복과 총선 이후 제도 개편도 변수
서울·수도권 1~3% 상승
지방 공급 과잉에 보합·하락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도 분분하다. 집값 상승을 예측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저점은 멀었다며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중 우세한 것은 소폭 상승이다. 전문가 10명 중 5명은 소폭 상승을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금리 인하와 공급 축소로 인해 매매 수요가 늘어나는 '상저하고'를 예측한 것이다.
2일 아시아경제신문이 관련 학계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5명이 상승, 3명은 보합, 2명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과 수도권은 1~3%가량 상승, 지방은 공급 과잉으로 보합 또는 하락 전망이 우세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하반기 상승 전환 예측
상승을 예측한 전문가 대부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내다보면서 하반기부터 상승 반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2분기를 전후해 미국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수요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감소되고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지속돼 주택 마련 시기를 앞당기려는 수요층이 부동산 시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 속 공급부족 불안심리, 고분양가 후폭풍,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금리 인하라는 호재가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고금리가 유지되고 PF 부실 우려까지 맞물려 심리적으로 냉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금리 인하 시기가 곧 부동산 시장 반등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올해 금리 인하 폭이 이미 자산시장에 반영된 상황이며 금리 인하 속도와 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반기 회복 지연 혹은 추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 회복과 총선 이후 세제 및 정책에 대한 변화를 주목하는 전문가도 여럿 있었다. 두성규 대표는 "경기 하락기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거나 원자재가격, 유가 등이 급격하게 변동성을 보이면 부동산시장은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로 회복세를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과 입주 물량이 동반 감소하고 총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 공약들이 쏟아지고 미국발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형성되면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PF 부실과 미분양 우려로 인해 큰 폭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락 전망을 한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표상 현재 주택 가격이 고평가돼 있고 여러 리스크 변수가 가시화될 경우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은 10명 중 7명이 상승 전망…1~3% 예측 많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상승을 점쳤다. 1~3% 상승 전망이 4명, 3~5%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는 2명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1만가구 내외로 부족한 상황인데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은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실물 경기 회복, 입주 물량 부족으로 거래가 증가하고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매매가격도 상승으로 전환될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서울은 신통기획, 모아타운 등의 기대감이 더욱 반영되어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수도권 시장도 상승을 점친 전문가가 절반 이상(6명)이다. 공급 물량은 서울에 비해 많지만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과 GTX 개발 호재 등이 상승을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보합 또는 하락 의견이 많았다. 김규정 소장은 "미분양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20~40대 실수요가 부진하고 지역 경제 여건 악화 등으로 인해 보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수도권과 달리 금리 인하가 되더라도 가격은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양 소장은 "지방은 공급과잉에다 최근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증가해 입주율도 떨어지고 있어 가격 하락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하락세 지속 기간은 '1년 이내'를 언급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집값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종완 원장은 "부동산 경기 변동 사이클을 보면 5~6년 상승, 4~5년 하락하는 10년 기설이 상존하는데 2025년을 전후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문도 교수는 "적정 가격까지 조정되는 기간이므로 부동산 PF나 글로벌 정세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재개발, 수도권은 GTX가 호재로
재테크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은 서울에서는 압구정 등 강남 3구, 여의도, 용산(한남동), 목동 등이 꼽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고 상반기 가격이 조정되면서 급매물 매입이 가능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소장은 "안전진단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 규제들이 완화되면서 재건축 속도가 개선된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2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언급하며 "MZ세대의 니즈에 맞고, 영끌 투자를 한 곳이 많아 하락기에는 싼 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노원·도봉·강북과 금천·관악·구로 등을 언급한 윤지해 연구원은 "저평가된 급매물을 찾으려면 대출 규제가 완화된 중저가 매물이 많은 지역에서 회복과 수요자가 가격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는 화성(동탄), 과천, 분당, 용인, 인천(송도, 계양 등) GTX 개발 호재 지역과 1기 신도시 등이 유망한 곳으로 지목됐다. 고준석 교수는 "동탄과 분당 등은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서울과의 교통환경(GTX-A, B)이 개선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과천, 용인, 분당을 꼽은 두성규 대표는 "서울 접근성이 좋고, 교통과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있으며 용인의 경우 첨단산업 단지의 유치 등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은 금리가 인하되는 시기에 내집 마련에 나서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조언이다. 함영진 랩장은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 집값과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타이밍이 적절하며 급매물과 분양, 경매 등을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종완 원장은 "상반기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되 신규분양, 급매물, 경매·공매 등을 통한 내집마련은 변동성과 무관하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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