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의혹' 이선균·지드래곤 파장
톱스타 파급효과↑…대중문화계 긴장
제작비만 대작 표류 가능성 '업계 한숨'
''기생충'에 나온 그 배우가 마약을 했다.'
배우 이선균(48)의 마약 의혹을 다루며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트는 이같이 전했다. 소위 잘나갔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연극, 방송을 시작으로 영화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봉골레 하나"라는 유행어를 얻으며 멜로물에서 주목받던 그는 충무로로 영역을 넓혀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까지 받았다. 주연한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들어 올렸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그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수직 상승했다. 이미지도 좋았다. 배우 아내와 일찌감치 결혼해 두 아들을 뒀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를 통해 주옥같은 명대사도 남겼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의 이미지 좋은 연기자, 탁월하게 작품을 읽고 영리하게 배역의 역할을 이해하는 배우였다.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가 몰려들었고, 광고도 줄을 이었다.
추락하는 데 날개는 없었다.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2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이선균을 입건했다. 경찰은 조만간 그를 상대로 시약 검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유흥업소' 여성과 '마약'이라는 두 단어가 이선균 이름 앞에 붙었다. 소속사에서는 "협박당했다"고 호소했지만, 그보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의 집에서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그간 작품에서 주로 정의로운 경찰·변호사 등의 역할을 주로 맡아올 만큼 건실한 이미지를 구축했기에 파장은 더 컸다.
경찰은 서울 강남에서 이른바 '회원제 룸살롱' 첩보를 받고 조사 과정에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뉴데일리는 이선균이 마약을 투약한 장소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유흥업소가 멤버십 회원제로 운영하는 '1% 룸살롱'이라고 보도했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업소로 유명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이 주 고객이며, 3~4인 기준 술상 비용만 800~1000만원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선균의 밝혀진 출연료만 회당 2억원이다. SBS 드라마 '법쩐'을 찍고는 32억원(16부작)을 받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품 2~3개만 해도 서울 요지에 부동산 마련도 가능하다. 대중문화계에서는 사생활 리스크에 대해 더 엄격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자숙이 가능하던 과거와 분위기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숙, 활동 중단에서 그치지 않고 영구 퇴출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마약 혐의로 처벌받은 연예인을 모든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질문을 받고 "지금은 KBS, MBC 등이 자체 내부 규정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선균의 '마약 스캔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은 착잡하다. 마약뿐 아니라 혐의 내용 중 일명 '새끼마담'인 20대 여성 유흥업소 종사자의 집을 오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마약도 충분히 당혹스러운데, 유부남인 그가 유흥업소 종사자의 집을 오갔다는 내용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올해 마약 혐의가 드러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가수 남태현에 이어 이선균까지 '마약 스캔들'로 대중에게 실망을 안겼다. 아직 수사 중이긴 하나, 이번 사건이 연예계 전체로 확대될지 업계는 주시하는 분위기다. 톱스타에 의지하는 콘텐츠 업계 구조를 고려할 때, 출연 배우가 불미스러운 의혹에 휩싸이면 많은 사람이 쉽게 말해 깡통을 찰 수도 있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5일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선균 외에도 다른 유명 연예인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27일 오전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이선균과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으나, 대중은 두 유명 스타의 연이은 마약 의혹에 혀를 차는 분위기다.
경찰에서는 추가로 연루된 연예인은 없다고 밝혔지만, 강남 업소를 중심으로 지인을 통해 마약에 손을 댄 유명인이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를 잘 안다는 말도 이제 못 하겠다"며 "우리가 제작한 작품에 출연한 주요 배우들이 제발 사적인 자리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기관리는 배우에게 요구되는 필수 영역이다. 스스로 어떤 행위를 저질렀을 때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지불하는 출연료에 포함된 비용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출연계약서에 세부조항도 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연배우의 경우 편집도 쉽지 않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경우 작품을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제작진이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드시 기사에 써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관계자는 "만약 배우 등을 포함한 유명인 중에 이선균 마약 스캔들을 바라보며 '마약', '유흥업소'라는 단어에 찔리는 사람이 있다면, 간절히 말하고 싶다. 유흥도, 마약도 이제 독하게 멀어질 때라고. 늦지 않았다고. 당신을 응원하는 가족의 얼굴과 그 행동으로 인해 피해 볼 사람들을 생각해서 제발 그만하라고 기사에 꼭 써달라"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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