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탐사선 대기권에 표본 캡슐 투척
2020년 10월 표면 착륙시 과학자들 '경악'
50cm까지 잠기는 푹신한 표면 예상 못해
추진기 점화때 후폭풍-파편으로 고장 가능성도
미국의 소행성 베누(Bennu)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마침내 7년 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다. 왕복 약 수십억km의 먼 거리를 무사히 다녀온 것도 놀라운 데다 소행성에 착륙해 표본을 채취한 후 회수하는 과정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탄생의 비밀·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밝혀줄 물질이 들어 있을 지도 주목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일요일인 오는 24일(현지 시각)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지구 궤도에 도착해 베누의 표본이 담긴 캡슐을 대기권에 투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캡슐은 미국 유타주에 있는 미 국방부 훈련장에 낙하할 예정이며 곧바로 NASA의 오시리스-렉스 운영팀이 회수에 들어간다. NASA는 이날 오전 10시(미국 동부시간)부터 자체 홈페이지ㆍ인터넷 웹사이트,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페이스북ㆍ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이 과정을 생중계 할 예정이다. 또 대중들이 표본 회수 전 과정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2016년 9월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2년간 약 19억km를 비행해 2018년 8월 소행성 베뉴 인근에 도착했고, 이후 2년 동안 베뉴의 표면을 촬영해 지도화ㆍ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2020년 10월 20일 소행성 베뉴의 표면에 착륙했고, 표본을 수집한 후 2021년 5월 지구로 출발해 귀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때는 아니다. 오시리스-렉스가 예기지 않은 손상을 입고 있어 표본 대기권 발사-착륙 과정에서 문제가 도출된다면 지난 7년 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특히 NASA 연구자들은 2020년 10월20일 베누에 착륙했을 때 잘못된 예측 때문에 발생했던 아찔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NASA는 베누 소행성의 표면이 겉으로 보기에 단단한 돌과 바위, 자갈, 먼지 등으로 구성돼 있어 단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탐사선이 착륙한 지점의 표면은 마치 늪(swamp)과 같이 푹신했고 선체가 순식간에 50cm 정도나 가라앉는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탐사선이 흡입기를 통해 표본을 빨아들인 후 귀환을 위해 추진기를 점화했을 때 거대한 후폭풍이 발생했다. NASA 과학자들은 이때 튀어나온 파편들이 탐사선의 선체에 손상을 입혔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NASA 과학자들은 아직까지도 왜 베누의 표면이 그렇게 물컹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표면의 입자들이 고르지 못해 표면 층에 빈공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는 정도다.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은 표본 캡슐을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 뜨린 후 곧바로 또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하기 위한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베누 소행성의 표본을 통해 우주ㆍ태양계 탄생의 비밀과 생명체의 기원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가설대로 물과 유기물, 탄소 등 생명체의 기본 요소들이 소행성을 통해 지구에 전해졌다면 베누에서도 비슷한 성분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베누에는 탄소는 물론 다른 유기물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인류의 소행성 샘플 채취ㆍ귀환은 이번이 세번째다. 일본이 탐사선 하야부사 1ㆍ2호를 통해 각각 2010년과 2020년 각각 소행성 이토카와ㆍ류쿠의 표본을 채취ㆍ회수하는데 성공했었다. 특히 하야부사 2호가 류쿠에서 채취한 표본에선 생명체의 기본 요소인 R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이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행성 탐사 계획이 없다. 한국천문연구원은 당초 오는 2029년 누리호를 이용해 탐사선을 발사, 지구에서 3만1400여km까지 접근할 소행성 아포피스를 탐사할 계획이었다.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2022년 4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무산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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