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며칠 앞두고 9일(현지시간) 공개된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쟁이 한창인 지금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 의견이 만장일치가 아니다"면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킬 경우 방어조약에 따라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전쟁을 벌이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민주화를 포함해 (나토 가입을 위해) 충족해야 할 다른 자격들이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자격을 갖추기 위한 합리적인 길을 우리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를 며칠 앞두고 공개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웨덴, 우크라이나 등의 나토 가입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추가 지원방안 등이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토 가입 장벽을 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나는 그 기준을 더 쉽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그간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의사를 표해왔던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EU와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린 이미 세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존중을 받는 나라가 됐고, 인간의 가치, 인권,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진정으로 싸우는 나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토 국가들의 소중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우린 EU 회원국이 되기 위해 법적 틀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러시아와 너무 친밀하게 지내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고도 확인했다. 이어 "그(시 주석)는 논쟁하지 않았다"며 "그는 러시아에 대해 전면적으로 나가지도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도 전했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무차별 살상무기인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도 무기를 공급하거나, 탄약이 바닥난 우크라이나를 무방비상태로 두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55mm 포탄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집속탄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영국, 캐나다 등 동맹국들의 반발은 물론, 미 정치권 내에서도 집속탄 지원을 두고 정당과 무관하게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파들은 민간인 피해 우려, 집속탄의 사용과 제조, 이전 등을 금지한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 등을 언급하며 '도덕적 우위' 상실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터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가까워졌다고 낙관했다.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었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해온 스웨덴은 그간 나토 가입 없이 '평화를 위한 동반자 관계'로 협력만 해왔으나,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핀란드와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그는 올해 80세인 나이로 인해 재선 출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속내를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각에서 자신이 재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옳지도 틀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함께 오는 것은,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다면 약간의 지혜"라고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장점도 언급했다. 이어 "그저 나는 내 업무를 완수하고 싶다. 앞으로 6년 안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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