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 박사급 인력이 설립
슈프리마·슈프리마아이디·슈프리마에이치큐 등 코스닥 상장
사우디 ‘네옴시티’ 주택단지 출입 통제 사업에도 참여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성화할 때, 회사 출입문을 열 때, 공항에서 여권을 인식할 때 공통점은? 슈프리마의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슈프리마는 생체인식 기반의 보안기업이다. 슈프리마는 2000년 출범했다. 당시 중소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대우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의 박사급 전문 인력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회사다.
슈프리마의 이재원 회장은 서울대 공대 제어계측학과 87학번으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방문연구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 출신이다. 당시 삼성의 신수종 사업이었던 자동차 연구를 통해 차량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외환위기 과정에서 공들인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대기업 생활에 회의를 느낀 이 회장은 슈프리마를 창업했다. 지문인식 알고리즘 기술 제조 의뢰를 받고 제품을 만든 것이 계기가 돼 바이오 인식 및 물리 보안 사업에 뛰어들었다. 슈프리마 그룹의 슈프리마, 슈프리마아이디, 슈프리마에이치큐 등 3개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슈프리마를 중심으로 슈프리마아이디는 공공 부문,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주사 겸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계 지문 인식 경연 대회 2회 연속 1위
슈프리마가 보유한 지문 인식 원천 기술인 지문 인식 알고리즘은 세계 지문 인식 경연 대회(FVC)에서 2차례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문 인식은 정확도, 편리성, 원가 경쟁력 등 현실적으로 다양한 강점을 갖추고 있어 빠르게 성장했다. 슈프리마의 2008년 상장 당시 글로벌 생체 인식 시장에서 지문 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0%를 웃돌았으며, 지난해 기준으로도 여전히 50%를 웃돈다.
슈프리마의 사업은 통합보안시스템 사업과 바이오인식솔루션 사업으로 나뉜다. 통합보안시스템 사업이 매출의 약 77%를 차지한다. 통합보안시스템 사업은 출입보안과 근태관리 시스템, 지문, 얼굴, 비밀번호, 카드 등 다양한 인증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바이오인식솔루션 사업은 스마트폰용 지문 인식 알고리즘, 지문 인식과 얼굴 인식 등 바이오인식 모듈 판매가 주된 사업 방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 S23을 포함해 전 세계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에 슈프리마의 지문 인식 시스템이 들어갔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주택단지 출입 통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바이오스테이션3을 네옴시티에 적용하기 위해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생체인증 활용 범위 민간으로 확대
민간 영역에서 생체인증 도입과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슈프리마의 실적 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 초 열린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 과제 관련 간담회에서는 접근 통제 강화 방안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방식 운영 시 주기적으로 변경하거나 시스템 접근 방식을 본인인증(신분증·휴대전화 등) 또는 생체인식 방식으로 고도화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생체인식 방식으로 보안 레벨이 높은 지문 인식과 안면 인식의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슈프리마 그룹의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
슈프리마는 지난해 하나은행과 온·오프라인 통합 얼굴인증 서비스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슈프리마는 국내 출입 보안 공공 조달 시장 진출 3년 만에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사의 기술이 적용된 공무원증의 확산으로 공공시장에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카카오 판교 알파돔 사옥 등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 수주로 성장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 등에서 이 회사의 보안시스템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1위 데이터센터기업인 에퀴닉스(EQUINIX)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지점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리얼리티(Digital Realty), 사이러스원(Cyrusone) 등도 고객사다. 슈프리마는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판매 지역 비중은 2022년 3분기 기준 미국(26.8%), 유럽(24.9%), 한국(20.7%), 아시아(16.7%), 중앙아시아·아프리카(11.6%) 등이다. 해외 사업은 전 세계 217개 파트너사와 7개 해외 지사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슈프리마는 기술과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60%대의 매출총이익률, 20%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 5%, 유동비율 930%로 재무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기술 선도의 이점을 살려 마진율을 높이고 확보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생체인식 시장 2027년 829억달러 전망
산업의 성장성이 큰 편인데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슈프리마에는 유리하다. 글로벌 생체인식 시장의 규모는 2022년 기준 429억 달러로 추정되며 연평균 14.1% 성장해 2027년에는 829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장기간의 성과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출입 보안이나 신분 확인 등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는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바이오 인식 산업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매우 어렵다. 제품이 개발된 이후에도 기술 지원이 필요하거나 제품 사양 변경 요구가 계속되며 시스템 사용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이 요구되므로 제조회사와 중간 유통회사 간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된다. 사업 구조상 폐쇄적인 특성이 있다. 따라서 창업 초기부터 시장 진입에 성공했고 20년 인상 업력을 보유한 슈프리마는 후발주자 대비 유리한 입장에 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편이라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리스크는 감소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 뱅크데믹(뱅크+팬데믹)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경기 회복 기대감과 시장 성장 전망에도 예상과 달리 수요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민간 소비 위축, 설비 투자 지연, 수출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유지와 글로벌 경기 회복 불균형 등의 요인도 수요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주요 경쟁사가 글로벌 대기업이므로 과도한 경쟁 발생 때 수익성 확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글로벌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로컬 SI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글로벌 대형 SI 기업들이 슈프리마의 주요 시장에 해당하는 바이오 인식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규 경쟁 업체의 진입으로 과도한 시장 경쟁이 발생하게 될 경우 제품·서비스 단가가 하락할 수 있다. 김경민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슈프리마는 시장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기술·가격 경쟁력 강화, 제품 라인업 확대와 신시장 선점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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