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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정성일이었다" 21년만에 만난 섬광같은 하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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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하도영役 배우 정성일 인터뷰
"나이스한 개XX인 하도영 양면성에 집중"
"연극 무대는 에너지 채우고 공부하는 보금자리"
"주변 시선 변했지만, 연예인병 내 스타일 아냐"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주법을 터득한다. 엄지발가락, 발바닥 바깥쪽 모서리, 발뒤꿈치에 수십번은 생겼다가 터졌다가 이내 굳어버린 물집으로 더 단단해져 앞으로 나아갈 추동력을 얻는다. 혹자는 ‘나이스한 개XX’를 너끈히 소화해낸 그를 벼락스타로 치부할지 모르나 21년째 한 길만 뚜벅뚜벅 걸어온 그의 행보는 순례자의 보법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작품 ‘더 글로리’는 그의 오랜 여정에 강렬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

"처음부터 정성일이었다" 21년만에 만난 섬광같은 하도영 배우 정성일.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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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일은 ‘더 글로리’에 대해 “촬영 1년 전부터 작품 출연에 대한 언질을 듣고 기다린 끝에 만난 작품이지만 첫 리딩 때까지도 불안했고 그래서 더 미친 듯이 연습에 매달렸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김은숙 작가는 정성일을 ‘비밀의 숲2’에서 보고 집필 당시부터 하도영에 낙점했다고 했다. 평소 절친한 배우 윤세아를 보던 김 작가는 그녀를 곁에서 보필하는 박 상무로 분한 그를 눈여겨 보고 미리 점찍었지만 그는 실감이 잘 안났다고 한다. “촬영 중간에 작가님을 뵐 기회가 있어 여쭤봤다. 집필하시면서 누구를 떠올리며 하도영 캐릭터를 만드셨냐고. ‘처음부터 너였어’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놀랐었다. 왜? 왜 나를? 비밀의 숲2에서 저를 보셨다고 했는데, 이 일(연기)이 그렇다. 열심히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온다. 열심히 살았고, 정말 최선을 다하며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오겠지 하며 기다렸다. 지금도 실력은 출중하지만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한 배우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지금이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정성일은 하도영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대본을 연구했고, 그 단서로 최혜정이 언급한 ‘나이스한 개XX’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하도영이 갖고있는 양면성에 집중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운전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장면이다. 자신이 지시하는 사람에게 하대하는 게 몸애 뱄을 뿐 무시하려고 한 건 아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나이스할 수도, 개XX일수도 있는 모습을 잘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정성일이었다" 21년만에 만난 섬광같은 하도영 정성일은 ‘더 글로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 임지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제공 = 넷플릭스]

하도영 캐릭터를 만들고 몰입하는 데엔 함께 호흡을 맞춘 송혜교와 임지연의 도움이 컸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도영이 동은(송혜교)에게 흔들리는 이유에 집중했다. “동은의 외형적인 부분을 보고 흔들린 건 아니라 생각했다. 그 이유를 찾던 중 기원 신에서 모든 게 해결됐다. 감독님은 이 신에서 ‘화양연화’ 양조위처럼 분위기, 뉘앙스, 눈빛이 명확하길 바라셨다. 나도 노력했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숨 막히는 순간이 있다. 서로 감정과 연기를 주고받으며 쌓이는 시너지, 그 신에서 긴장감, 알 수 없는 아우라를 통해 하도영의 호기심을 자아낸 건 전적으로 배우 송혜교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극 중 하도영은 아내인 연진(임지연)에 대해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그를 감싸고 인내한다. 그럴수록 밝혀지는 연진의 과거와 안하무인 격의 태도는 결국 그의 선택을 바꾸게 한다. “지연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대사를 주고받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어쩜 그렇게 사람 속을 잘 뒤집을까. 하도영을 바라보며 오히려 자기가 실망했다고 하는 신에서는 이렇게까지 잘한다고?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 교도소 날씨 신에서는 나까지 울컥했었다. 물론 연진이는 당해도 싸지만, 그런 감정을 이끌어내는 임지연이란 배우는 더할 나위 없었다.”


‘더 글로리’의 성공으로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일곱 살 난 아들이 유치원 선생님이 사인을 부탁했다고 전하고, 고향 친구들과 지인들의 전화가 쇄도하면서 많은 게 변했음을 체감한다”면서도 이내 “연예인 병 걸릴 나이도 아니고, 내가 살아가는 생활 반경이나 마음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여전히 집에서는 아이를 돌보고 설거지를 하고, 가족과 동네 산책을 하는데 다만 알아보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을 뿐이라며 덤덤하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처음부터 정성일이었다" 21년만에 만난 섬광같은 하도영 배우 정성일. [사진제공 = 넷플릭스]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많아졌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성일은 곧장 무대로 돌아갔다. 연극 ‘뷰티풀 선데이’와 뮤지컬 ‘인터뷰’에 출연 중인 그는 “내게 무대는 기본으로 돌아가 에너지를 채우고 공부하는 보금자리”라고 강조했다.


무수한 작품에 출연하며 30대 초반엔 연기 잘한다는 주변 평가에 우쭐하기도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아무것도 아니란걸 일찍 깨닫게 됐다는 그는 조바심 내지 않고 신중하게 나아가며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외모적으로 잘생긴 사람이 얼마나 많나. 외모보다는 ‘진짜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어머니께서 예전에 ‘성일아, 누가 안 봐도 먼저 청소하고, 그걸 티 내지 않아도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누군가 널 알아볼 거다’라고 말해주셨다. 그게 내 인생의 방향이 됐다. 지금의 관심과 이슈는 금방 사라질 것도 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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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삶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있다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섬광처럼 빛나 세인의 관심에 둘러싸인 정성일은 묵묵히 자신만의 길로 돌아가 오늘도 앞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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