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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영웅'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입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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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 역사극 도전 성공
1000만 안 부러운 320만 돌파
"영화 보고 역사속 안중근 배워"
돈으로 계산 못하는 의미와 가치

돈보다 '가치'를 볼 줄 아는 시대. 극장가에선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손익분기점을 넘는 일이 중요하지만, 영화 '영웅'을 본 321만명은 흥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왜 그럴까.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윤제균 감독이 2009년 초연돼 14년간 관객과 만나온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지난해 12월21일 개봉해 38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웅'은 누적 관객수 321만850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이 350만명까지 조금 남았지만, 얼추 손해는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전과 같지 않은 극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쌍천만' 대업을 달성하며 외연을 넓히고 한국영화사를 다시 쓴 윤 감독에게는 다소 소박한 성과일 수도 있지만, '돈' 보다 중요한 것이 '영웅'에게 있다.


흥행 < 역사적 가치
[포커스]'영웅'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입증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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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20년 넘게 하면서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했는데요, 1000만명이 넘었을 때보다 '영웅'의 320만명이 더 기쁩니다.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윤제균)

윤 감독은 14일 오후 9시30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에서 열린 '영웅' 리멤버 상영회 GV(관객과의 대화)에서 흥행 이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영웅'의 321만이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의 1000만보다 특별한 이유는 뭘까.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하얼빈 의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안중근은 만주 하얼빈에서 침략의 원흉인 조선총독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조도선, 우덕순, 유동하, 유승렬, 김성화, 탁공규와 함께 7인 동맹을 맺고 제국주의를 처단한 것이다. 명사수 조도선도 우덕순, 유동하와 함께 채가구역에서 대기했으나, 열차가 채가구역을 지나쳐 하얼빈역에 정차하면서 이들의 거사는 안중근의 손에 성공했다.


안중근 의사는 '꼬레아 우라'(대한독립만세)를 크게 세 번 외친 후 순순히 체포됐고, 조도선, 우덕순, 유동하 등과 함께 뤼순감옥에 갇혔다. 안중근은 1910년 순국했고, 사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됐다. 목숨을 구걸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담담히 형장으로 나아간 32세 청년의 마음을 어찌 잊을까. 영화는 이를 왜곡 없이 비춘다. 뮤지컬 장르는 관객을 영화로 몰입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정성화는 "2009년 뮤지컬부터 영화까지 '영웅'을 14년간 했다. 뮤지컬을 14년간 했는데 최근에 관객수 100만을 넘겼다. 영화의 파급력이 대단하다"고 했다. 이어 "시험 문제 정답이 '안중근은 애국자다'가 정답이었는데, '안중근은 정성화다'라는 답변이 달렸다고 하더라. 앞으로도 책임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안중근 의사를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영웅'을 72번 봤어요. 사실 역사를 잘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게 됐어요."(관객 A씨)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던 역사를 영화를 통해 배웠다는 관객의 말이 인상적이다. 최근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빠지고 역사 교과서에 전쟁범죄 축소·은폐, 일제강점기가 왜곡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웅'이 자칫 잊힐 법한 역사를 320만명에게 일깨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단지 손익분기점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까닭이다. 적어도 영화를 본 320만명은 안중근 의사의 위대함을 잊지 않을 터다.


'윤제균'이라서 가능한 도전
[포커스]'영웅'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입증하다 윤제균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역사극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연출하는 건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흥행 성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감독들에게 안중근 역사극을 만드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누가 감히 엄두를 낼 수 있을까. '쌍천만' 대업을 달성하고 한국영화사의 시장을 확장한 감독 윤제균이기에 가능했을 시도다.


도전은 성공했다. 그간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데 탁월한 영화를 만드는 연출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윤 감독은 '영웅'을 통해 흥행, 돈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감독이라는 걸 입증했다. 혹자는 그의 이름 앞에 붙는 '흥행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부러워하지만, 여기에 갇히지 않고 또 다른 의미를 추구한 윤제균의 행보가 눈에 띈다.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인 1910년 2월 14일. 그로부터 114년 후 모인 '영웅' 팀의 이번 GV는 그래서 더 빛났다. 윤 감독과 배우 정성화, 김고은, 배정남, 박진주는 이날 모여 '영웅'의 유의미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첫 홍보를 시작한 감독, 배우들은 이러한 의미를 알기에 4개월 뒤에도 극장에 모여 객석을 향해 기꺼이 고개 숙였다. 마치 개봉 1~2주차 주말처럼 열정적인 모습. 일렬로 서서 퇴장하는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고은은 "오늘이 마지막 홍보 일정인데, 3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봐주셨다는 게 감격스럽고 기적 같다. 큰 의미가 있는 관객수다. 사랑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진주는 "행사마다 여러분과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늘 최선을 다했다"며 "눈물이 별로 없는데 이상하게 '영웅' 행사에만 참여하면 울컥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정남은 "마음이 시원섭섭하다. 영화를 5개월간 홍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감사하다. '아바타: 물의 길'과 붙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대단하지 않나. 관도 적은 상태에서 지금까지 버티면서 내려갔다가 치고 올라오길 반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N차 관람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포커스]'영웅'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입증하다

'영웅'은 할리우드 헤비급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 담담히 도전장을 내고 올겨울 극장을 지켰다.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한 '아바타: 물의 길'과의 경쟁은 다소 벅찼지만, 1000보다 값진 320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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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담아 작업한 '영웅'은 곧 DVD로도 출시된다. 윤 감독은 "박진주와 이현우가 함께 부른 '이것이 첫사랑일까' 장면을 공들여 찍었는데 최종 편집에서 삭제했다. 나중에 DVD가 나오게 되면 보실 수 있도록 이미 준비를 다 해놨다. 배정남과 조재윤이 부른 '아리랑'도 재밌는 노래인데 길어서 시간상 삭제했다. 그것도 DVD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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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는 집 크기를 줄여 이사하면 세금 떼고 차액이 얼마나 남을까." 다운사이징으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노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핵심은 세금이다. 세금 폭탄을 맞아 남는 차액이 없다면 다운사이징을 할 의미가 없다. 노인들이 고려해야 할 세금은 두 가지다. 살던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그리고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다. 이 중 취득세는 주택 가격에 따라 세율이 정해져 있고, 비과세 혜택도 없다

  • 25.02.2115:00
    점심밥 주는 경로당, 30명 한끼 예산이 7만원이라고?
    점심밥 주는 경로당, 30명 한끼 예산이 7만원이라고?

    터줏대감 경로당, 도심 속 노인들의 오아시스 기름때가 켜켜이 쌓인 철공소들이 줄지어 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이곳에서 40년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외벽의 빛이 바랠 대로 바랜 '南星'(남성)이라는 글자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합쳐서 390가구, 두 동뿐이다. 그 사이로 경로당이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정오가 되자 단지 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낡은 경로당에 온기가

  • 25.02.1815:30
    오늘도 아버지는 문이 아닌 벽으로 외출했습니다
    오늘도 아버지는 문이 아닌 벽으로 외출했습니다

    화려한 서울 아파트촌 사이에 움츠린 듯 자리 잡은 한 요양원. 1층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큼지막한 유리문이 하나 더 보였다. 누가 봐도 문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앰뷸런스 전용문. 평상시 잠겨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정체를 알려줬다. 생명이 위급한 어르신이 오가는 문 옆으로 개원식 때 배달 온 화환 몇 개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앰뷸런스 전용문이 있는 곳은 원래 건물 외벽 자리였다. 요양원 원장이 멀쩡한

  • 25.02.1815:13
    '폐교'를 요양원으로… 어르신을 위한 학교는 왜 없을까
    '폐교'를 요양원으로… 어르신을 위한 학교는 왜 없을까

    외딴 섬 같은 요양시설, 노인의 외로움 더 커져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사는 방미숙씨(64)는 5년 동안 집에서 보살피던 어머니를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모셨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셨어요. 요양원에서도 집에 보내달라고 밥도 안 드시고 자주 우신다고 하네요." 방씨가 눈물을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마음은 찢어지는데 차로 40분 거리라 자주 갈 수가 있어야지요. 우리 동네 화양초등학교가 얼마 전 문을 닫았는데, 일본

  • 25.02.1807:00
    "아버지의 마지막이 병원 침대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아버지의 마지막이 병원 침대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호상(好喪)’. 복을 누리고 오래 산 노인이 세상을 떠날 때 쓰는 말이다. 천수를 누렸다는 것을 넘어 어르신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한 상태였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까지 호상의 조건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위암 환자였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민기정씨(55)는 "병원에서 해줄 게 없다고 해서 집으로 모셨는데, 집에 오신 지 이틀 만에 돌아가셨다"며 "그래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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