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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SNL' 약자에 상처주는 풍자가 웃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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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자 무서워 몸사린 'SNL코리아'
약자 희화화 웃음 유발…'비판 봇물'
OTT 코미디 시장, 책임감도 가져야

'풍자'(諷刺)란 계급사회나 빈부격차 등 불합리하고 불균등한 사회를 유머와 함께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박탈감을 해소하는 형태를 띤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코리아'는 과감한 풍자를 통해 웃음을 주는 코미디쇼를 표방한다. 케이블채널 tvN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NBC에서 40년간 방영하고 있는 'Saturday Night Live'의 포맷 라이선스를 받아서 제작했다. 2021년 쿠팡플레이에서 5년 만에 부활했다.


정치인 대신 사회초년생·여성 희화화
[포커스]'SNL' 약자에 상처주는 풍자가 웃깁니까 [사진제공=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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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는 회차별 호스트(게스트)가 다른데, 콩트와 정치 풍자를 통해 철저하게 망가지는 콘셉트를 차용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풍자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전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유명 정치인에 대한 화끈한 풍자가 재미를 줬다. 어떤 사람을 풍자하고는 청와대에 단단히 찍혔다는 이야기도 나올 만큼 관심도 대단했다.


달라진 건 지난해 쿠팡플레이로 이동하면서다. 약자를 대신해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웃음과 공감을 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풍자의 대상은 약자로 대체됐다. 사회초년생(인턴), 여성 등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았다.


'MZ 오피스' 코너에서 신입사원들은 에어팟을 착용하고 업무를 하면서 "이걸 끼고 일해야 업무 능률이 오른다"고 말한다. 식사 자리에서는 일부러 수저통을 외면하고, 상사의 말에 못 알아듣는 '척' 하며 소통을 거부한다. MZ세대를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일반화시켜 문제로 지적됐다. 심지어 사회 분위기상 종말이 된 지 오래된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자) 프레임을 씌우고, 여성을 민폐로 대상화한다.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는 과거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진 인턴기자 주현영을 다시 등장시켜 희화화시켰다. '인턴'을 뗀 기자가 됐지만, 혀 짧은 소리로 자신감 없이 말하는 콘셉트는 비슷하다. 긴장해 말을 얼버무리거나 혀짧은 발음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수줍어한다. 정치인을 인터뷰한다 한들 제대로 된 질문이 나올 리 만무하다.


새롭게 합류한 김아영 인턴기자는 한술 더 뜬다. 눈을 동그랗게 뜬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소통을 거부한 채 '마이웨이'를 걷는 듯한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학교폭력 희화화 '무리수'
[포커스]'SNL' 약자에 상처주는 풍자가 웃깁니까 [사진출처=쿠팡플레이]

부적절한 소재 선정도 비판을 받았다. 'SNL 코리아' 시즌3는 최근 학교 폭력을 그린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글로리'를 '더 칼로리'로 패러디했는데, 그 방식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칼로리'에서 주현영은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을, 이수지는 피해자 문동은을 연기했다. 박연진이 고데기 열을 체크하기 위해 문동은의 몸을 고데기로 지지는 모습은 '쥐포 굽기'로 전락했다. 고데기로 쥐포를 지지는 모습을 보며 동은은 "지금 먹어야 하는데, 지금이야. 한 입만"이라며 고통스러워한다. 이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음식을 먹이며 살을 찌워 복수에 성공하는 모습으로 희화화된다.


이 장면은 2006년 실제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벌어진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을 연상시킨다. 피해자에겐 씻지 못할 트라우마인 사건을 웃음의 대상으로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SNL 코리아' 시즌3의 방향 설정은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은 여러 콘텐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짤'이 양산되면서 시청으로 유입되는 현상을 노린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용두사미 마침표, 씁쓸한 'SNL'
[포커스]'SNL' 약자에 상처주는 풍자가 웃깁니까

'SNL 코리아' 시즌3는 지난달 28일 장근석 편을 끝으로 세 번째 시즌을 종영했다. 10회 에피소드 내내 '저질 패러디' 오명을 쓰고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프로그램에게 다음이 있을까. 약자를 상처 주고 희화화하면서 나오는 웃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코미디 프로그램은 지난 아픔을 기억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지상파 방송사에서 밀려나 설 곳을 잃었고, 주도권을 온라인 시장에 빼앗겼다.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그 대안으로 OTT가 꼽히는 분위기 속, 감 잃고 선 넘은 'SNL 코리아'의 마이웨이 행보는 뼈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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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최근 소위 잘나가는 유튜브 콘텐츠도 엄격한 준비 과정을 통해 잘못된 접근이나 문제의 여지가 없는지 끊임없이 검토하며 제작한다. 하물며 이름난 플랫폼을 통해 공급되는 콘텐츠라면 더욱 대중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가 OTT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신뢰하도록 양질의 신선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책임감을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 그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윈-윈(Win-Win)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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