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조차 힘든 지구 반대편 아르헨 살타주
4000m 고지대에 위치한 포스코 리튬 공장
1리터당 0.9g 함유한 염호서 t당 1억원대 리튬 뽑기까지
포크레인 등 중장비 고지대 이동위해 8시간 이동
고산병 이겨내며 생산 공장까지 건설
동식물조차 생존하기 힘든 고지대서
무에서 유 창출한 포스코홀딩스
[아시아경제(아르헨티나 살타)=정동훈 기자] 'Sal de Oro Plant'(살 데 오로 플랜트·스페인어로 '황금소금' 공장)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프로젝트 이름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아르헨티나 서북부 살타주(州)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호흡조차 힘든 해발 4000m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는 t당 가격이 1억원이 넘는 배터리 핵심소재 리튬을 국내 기업 최초로 채굴·제련하는 데모 플랜트(시험 생산 공장)가 건설돼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 2030년까지 10만t의 리튬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배터리 공급망의 가장 바탕이 되는 리튬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낼 계획이다. 한국 인천공항에서 편도로 2만㎞ 거리, 비행 시간으로만 25시간 이상이 걸리는 아르헨티나의 외딴 고원 지대에서 포스코는 '한국형 리튬' 생산의 이정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호흡조차 힘든 고지대 염호서 리튬 추출…건조부터 불순물 제거까지 해발 4000m서 '리튬 노하우' 쌓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찾은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푸나(고지대 평원)'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름다운 경관과는 달리 사람이 생활하기에는 녹록지 않았다. 조금만 빨리 걷거나 경사진 길을 걸으면 호흡이 가빠졌고 어지러움까지 찾아왔다. 염호를 함께 찾은 일부 취재진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리튬을 추출하기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하 수백m 깊이에 있는 1ℓ당 0.9g 가량 리튬을 함유한 염수를 관정을 통해 뽑아낸다. 이후 바닷물을 건조시켜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전과 비슷한 형태인 '폰드'에서 4단계에 걸쳐 건조 공정이 이어진다. 현장에서 브리핑을 담당한 오재훈 포스코아르헨티나 DP생산기술실장(상무보)은 "염호물을 퍼서 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공정"이라며 "포스코가 매입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동북부 지역은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함유량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4단계 폰드 건조 과정에서 농축된 염수는 '상공정'을 통해 칼슘·마그네슘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여전히 남아 있는 수분을 재차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산 리튬은 한국 광양과 살타시 인근에 건설 중인 '하공정' 공장을 통해 배터리 에 들어가는 최종 형태인 수산화 리튬 형태로 완성된다.
2030년까지 리튬 12만t 생산 체제…지구 반대편서 '하얀 석유' 뽑는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기반의 1단계리튬 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10월에는 2단계 투자사업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받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시행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지역 투자가 활발해 지는 가운데, 국내외 고객사들의 리튬 공급 확대요청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내년 계획돼 있던 2단계 사업을 앞당겨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1단계 리튬 공장은 수산화리튬 연산 2만5000t 규모로 2024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투자비는 인프라 투자 및 운전자금 등을 포함해 약 8억3000만 달러(약 9500억원) 수준이다. 2단계사업은 연간 2만5000톤의 수산화리튬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것으로 약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투자한다. 우선 올해 말 염호에 탄산리튬 생산공장을 착공하고, 탄산리튬을 최종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 공정은 내년 상반기에 국내 착공해 2025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염수 리튬 생산 연 12만t 체제 조기 달성을 위해 2025년 이후 3, 4단계 투자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염수리튬과 함께 광석리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 생산 연 30만t 체제를 완성해 리튬 생산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비행기가 뜰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인 살타시에서도 170㎞가 떨어져 있어 경비행기로 30분이 걸렸다. 오 상무보는 "2019년 데모 플랜트 착공 당시에는 숙소·장비 아무것도 없어서 8시간이 걸려서 중장비를 옮겨야 했고 캠핑카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며 "현재는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는 물론 식당·헬스장·의료 시설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오 상무보는 "본격적인 리튬 생산이 이뤄질 1단계 리튬 공장 가동을 위해 500㏊ 규모(여의도 면적의 1.9배)의 폰드를 건설하고 있다"며 "공장 가동 인원 200명을 수용할 숙박 시설과 건설 현장 인원 1000명을 수용할 시설도 지어진다"고 말했다.
왜 해발 4000m·지구 반대편 아르헨이어야 했나
아르헨티나·칠레·볼리비아는 전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품고 있는 '리튬 삼각지대'로 불린다. 가벼운 금속에 속하는 리튬이 화산지대인 안데스 산맥에서 끊임없이 지하 염수로 유입됐고 수십만년 동안 축적된 것이다. 건조를 통해 리튬 농도를 높이는 폰드를 설치하기에도 이 지역은 유리하다. 이 지역은 적도 인근에 위치해 건조한 기후가 계속된다.
오 상무보는 "광석 채굴도 있지만 염수에서 추출하는 리튬 결정은 또다른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과의 합성이 용이하고 추출 과정에서 유해 가스를 적게 발생시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8월 호주의 자원개발 전문업체 '갤럭시리소스(현 알켐)'로부터 면적 1만7500㏊의 아르헨티나 염호를 미화 2억8000만 달러(당시 약 3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2월 광권인수를 최종 마무리했다.
포스코그룹의 인수한 염호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호수 북측부분으로, 포스코그룹은 인수 후 광권 추가확보를 통해 인근의 추가 광권을 획득해 포스코가 보유한 광권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30배에 해당하는 2만5500ha로 확장됐다.
리튬 농도 역시 평균 ℓ당 921mg의 고농도로 확인돼 현재 전 세계 염호 중 리튬 매장량 및 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했다. 리튬 농도는 염수 1 리터에 녹아있는 리튬의 함량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농도가 높을수록 적은 염수에서 많은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
또한 염호 인수 후 글로벌 염수리튬 전문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몽고메리(Montgomery & Associates)사(社)가 약 2년간 국제 공인 규정에 따른 탐사작업을 토대로 매장량을 검증해.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추산한 220만 톤의 6배인 탄산리튬 기준 1350만t임을 확인했다. 연간 2만5000t의 수산화리튬을 약 20년간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훨씬 늘어나 10만t의 수산화리튬을 30년 이상 지속 생산 가능하게 된 것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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