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보호 경쟁력 매우 취약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한국은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역량과 투자 수준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보호 경쟁력이 매우 취약해 기술유출 피해액이 총연구개발비의 60.4%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유출 및 보호 분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는 ‘중국’이 첫 번째로 꼽혔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업보안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첨단기술 보호 수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R&D 역량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7%)이 선진국과 비교해 비슷(38.5%)하거나 높다(19.2%)고 진단했다. 반면, 산업보안 전문가 84.6%는 우리나라 기업·기관들의 첨단기술 보호 및 기술유출 방지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고 응답했다. 첨단기술의 R&D 역량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그 기술을 보호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기술보호 및 유출 방지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 부족(18.2%)’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기술유출 시 처벌 및 손해배상 수준 미흡 ▲기업·기관의 기술유출 시 공개 및 정보공유 기피 관행과 소극적 대처 ▲첨단기술 취급 기업·기관 및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이상 각 15.9%)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해외 유출을 포함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우리나라의 연간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33.4%가 ‘40조~60조원’으로 추정했으며, 이어 18.5%가 80조~100조원으로 예상했다. 응답 수치 또는 응답 구간별 중간값의 평균으로 도출한 피해액은 56조2000억원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GDP(2021년 기준 약 2071조원)의 약 2.7%, 2020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약 93조1000억원)의 약 60.4% 수준이다.
한편 전문가 10명 중 9명(92.3%)은 기술유출 및 보호 분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으며, 미국(7.7%)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시급한 정책으로 ‘기술유출 행위 관련 처벌 강화(19.6%)’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한 ‘경제안보·기술보호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확대(17.7%)’도 주요 정책과제로 꼽혔다. 이어서 ▲기술보호 관련 대국민 인식개선 및 유출피해 사례 확산 ▲산업보안 전문인력 및 관련 기업 육성 강화 ▲첨단기술 취급 인력에 대한 관리 시스템 도입(이상 각 13.7%)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및 핵심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11.8%) ▲기술보안교육 및 컨설팅 확대(5.9%) ▲기술 가치평가 전문성 강화(3.9%)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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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경쟁력이 높은 우리나라는 핵심기술과 인력 유출의 위험이 크다”며 “우리 기업들이 많은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무형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경각심을 높이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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