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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K-우먼] 김예지 "완벽한 나라는 없어…같이 고군분투하는 동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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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첫 여성 시각장애인 의원
대부분 문서 점자로 안돼있어 어려움
공공영역에서 점자 요구할 경우
제공 증명 의무화하도록 법안 개정
안전상비의약품에도 점자 표시
약사법 개정안 통과 이뤄내

[파워 K-우먼] 김예지 "완벽한 나라는 없어…같이 고군분투하는 동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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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합니다. 인종·국경·장애 등 경계를 극복하고 도전하고 무너뜨린 인물들을 '파워 K-우먼'으로 정했습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의 가치를 널리 알려 청소년과 여성 등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일시 | 2022년 10월 19일(수) 오전9시~오후5시20분
장소 |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륨(2F)


누구에게 배운 적 없이 음악을 많이 듣고 피아노로 이를 따라 하면서 스스로 연주하는 법을 익혔다.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나가서 놀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집에서 피아노를 장난감처럼 다루며 연주를 취미이자 생활의 일부로 여겼다. 특별히 ‘피아노가 아니면 안 돼’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제일 좋아하고 많이 했던 것이라 피아노를 전공으로 택했다.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피아니스트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정당 대표의 연락을 받았다. 국회 행사에 연주자 섭외를 하시려나 보다라고 예상했지만 뜻밖에 자신을 ‘인재 영입’ 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과연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맞을까’라고 생각하던 찰나, 단순히 장애인으로서가 아니라 청년이자 여성, 예술인으로서의 다양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만약 비례대표가 된다면 정책 제안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아니라 직접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구나 생각했고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21대 국회가 시작한 지 2년여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총 132건을 발의하며 의욕적인 의정 활동을 펼쳤다. 시각장애인이면서 여성이고,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김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장애 관련 법안뿐만 아니라 여성 및 예술 관련 법안들도 적극 발의해왔다.


최근 스위스를 다녀왔다는 김 의원에게 피곤한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25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장애인권리협약 국가 보고서 심의 회의에 국회 대표단으로 참여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권리협약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만들어진 선택 의정서 비준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스위스에서 김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를 방문해 장애 정책 담당자와 면담도 진행했다. 김 의원은 "간담회를 하면서 제가 여기에 들어오게 된 이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생각만이 아니라 진짜로 하게 됐다"면서 "그런 의미로 직접 가게 된 것도 있고 그 과정들을 지켜볼 수 있어 보람 있는 출장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시각장애인 의원이다 보니 의정 활동을 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임기 초반 가장 화제가 됐던 일은 안내견 ‘조이’ 관련 논란이었다. "(조이가) 출입이 불가하거나 저지를 받거나 이런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조금 와전된 보도들이 나오긴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논란으로 인해서 언론에 많이 나오다 보니까 안내견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좋아졌어요."


[파워 K-우먼] 김예지 "완벽한 나라는 없어…같이 고군분투하는 동지 되겠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오른쪽 네 번째)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월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2.3.28 [공동취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 의원은 약 20년 동안 안내견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다양한 활동들을 벌여 왔지만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다년에 걸친 ‘온건한’ 활동이 한 번의 ‘논란’만 못하다는 사실에 힘이 빠진다고도 했다.


점역(말 또는 보통의 글자를 점자로 고침) 또한 하나의 장벽이었다. 대부분 문서가 점자로 돼 있지 않아 김 의원은 의정 활동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김 의원은 처우를 탓하기보다는 이를 개선하려 노력했다. 공공영역에서 점자를 요구할 경우 단순히 제공 의무뿐만이 아니라 제공을 했다는 증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냈다. "이제 중요한 회의 때 나오는 발언 자료나 업무보고 현황 등 제가 있는 상임위 내에서는 적어도 점자 자료를 출력해서 제공해주고 있어요. 점자 제공을 재고하기 위해 법안 개정도 되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된 것 같아요."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도 장려될 수 있다. 김 의원은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는 아무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외에서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어떤 지원이 이분에게 필요한지, 또 필요한 자료에 대한 제공 의무가 조금 더 많이 활성화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증권업계 애널리스트, NASA, 구글 등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도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추구하는 입법 방향도 ‘접근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리적으로 건물에 접근하는 접근권도 있을 수 있지만 정부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가 점점 중요해지는 사회인데 소외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을 해서 남은 임기도 그런 방향에서 계속 입법적,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을 할 거예요."


[파워 K-우먼] 김예지 "완벽한 나라는 없어…같이 고군분투하는 동지 되겠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김 의원은 시제품화된 후에야 다양성을 재검토하는 방식이 아닌 연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용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염두에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두’를 간과하는 것 같다"면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쓴다’보다는 ‘쓸 수 없는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게’ 앞으로의 기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사법 개정안은 김 의원이 손에 꼽는 법안이다. 작년에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편의점 등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에 점자 또는 점자·음성변환용 코드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부모가 됐을 때 영유아 자녀가 있다면 복약 지도가 어려울 수 있다"며 "소규모 제약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제약바이오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 함께 모여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필요하다는 공감을 이끌어냈고 그런 와중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정안을 때마침 발의해서 같이 노력하다보니 통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 후 김 의원이 더욱 놀란 점은 법이 시행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제약회사들이 솔선수범해 점자를 넣은 약품을 미리 출시했다는 사실이다. 컵라면 등 일부 식품에도 점자가 찍혀서 나왔다. 그는 "법 자체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되는 사실을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공감은 김 의원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다. 올해 김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는데 큰 화제가 됐다. 그는 "바쁜 세상이고 코로나 등으로 경제도 어렵고, 얼마나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시겠느냐"면서도 "그러나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하는 말은 좀 더 큰 힘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가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법 기관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입법, 행정, 사법 삼권이 같이 그리고 그 이상 시민들까지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쉽지 않은 문제인데 그런 노력을 했나 지금까지 찾아봤지만 미흡했다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옛날 같았으면 거기서 같이 (시위를) 해야 하는 사람 중 하나였지만 저는 그걸 해결하는 키를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면서 "제가 갔던 그 자체가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인 김예지는 장애인, 청년, 여성들에게 ‘저의 삶은 여러분들과 같기 때문에 같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저는 그분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요. 저도 되는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안 되는 일이 되도록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전의 2년도 될 만한 일을 찾아서 하지 않았고 항상 안 될 것 같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요즘 너무 어렵고, 공감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저는 공감을 해요. 저는 정치를 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음 해요. 앞으로 저는 국회에 있지 않더라도 동지애를 갖고 물론 속도는 느리지만 변화하기 위한 어떤 일, 말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제 몸으로든 그런 일들을 하고 있을 테니까 같이 힘냈으면 좋겠어요."


◆김예지 의원 프로필


▲1980년생 ▲1987.3~1999.2 국립서울맹학교(초중고) ▲2000.3~2004.2 숙명여대 학사 (피아노) ▲2004.3~2007.2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석사 (음악교육) ▲2007.9~2009.5 존스홉킨스대 피바디 음악원 대학원 석사 ▲2010.9~2014.5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대학원 박사 ▲2020.5~ 제21대 국회의원(비례대표/국민의힘)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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